알고 보면, 의외로 한국의 게임음악 음반들이 게임음악 산업의 본바닥 일본에서 선을 보인 흔적을 얼마간은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게 아직 다른 계통의 '한류' 같은 것처럼 아예 하나의 흐름을 형성했다고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가끔 일본쪽 인터넷을 돌다보면 '한국게임(대개 온라인 쪽이지만)을 좋아해서 즐긴다'는 정도의 사람들도 간혹 보이는 것을 보면 어쨌든 한국게임이기 때문에 애써서 찾아 즐기는 향유층도 미미하게나마 존재하기는 하는 모양입니다. 하긴, 예전엔 일본인이 만든 한국게임 웹링(Webring) 같은 것도 있긴 했었으니까.
미미하게 수입된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 3]나 [마그나카르타](...) 등을 통해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어, PS2판 [마그나카르타]를 통해 결국 일본 내에서까지 이름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의 반열에 올라선 김형태 씨라던가, 일본 게이머들에게까지 인정받아 수많은 동인 어레인지 앨범의 출시를 이끌어낸 [라그나로크 온라인]이라던가...... 어쨌든, 찾아보면 재미있는 흔적이 많습니다. 그 흔적을 따라, 개인적으로 수집해 본 몇 가지 물건들을 선보여볼까 합니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니만큼, 다른 사례를 알고 있는 분이 있다면 덧글 등으로 알려주시면 좋을 듯도.
혹시나 해서 덧붙입니다만, 스크롤의 압박이 장난아닐테니 미리 유의하시길.
All Images Photographed by Phio, '06.
아마도 일본 최초의 정식 발매된 한국 게임 관련 음반이 아닐까 생각되는, 디지큐브(지금은 사라졌음)의 [라그나로크 온라인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2003년 4월 23일 3,364엔의 가격으로 발매되었고, 당시 라그온이 일본 내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매니악한 인기를 구가하여 일본에 온라인 게임 바람을 불어일으키기 시작한 시점(...에서 좀 더 지난 이후지만)에 발매된 관련상품이기도 합니다. CD 2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온라인 게임 OST답게 게임 클라이언트 CD-ROM이 동봉되어 있는 것도 특징. 다만 국내처럼 기존 사용자를 위한 게 아니라, '프레즌트 디스크'라는 이름대로 친구에게 이 CD(+무료 계정 10일 체험 이용권)를 선물하여 같이 즐기자라는 개념. 그래서 프레즌트 디스크는 아예 음반과는 별도의 케이스에 담겨 분리되어 있는 형식이 됩니다. 당시로서는 나름대로 진보적인 마케팅 방법일지도. 음반 곳곳에 한글이 장식용으로 쓰이고 있는 것도 이채롭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표지의 '모험가를 위한 세계전도'라는 글자를 무슨 고대문자 문양마냥 써먹고 있는 것. 냠.
참고로, 이 음반은 일본의 정식발매 음반 중에서는 두 번째의 온라인 게임 OST이기도 합니다(최초의 OST화된 온라인 게임은 세가의 [판타시스타 온라인]). 스퀘어(현 스퀘어 에닉스)의 [파이널 판타지 XI]는 2004년 5월 10일에 발매되었으니만큼, 그 점에서도 큰 의의를 찾을 수 있겠지요.
이쪽은 조금 이례적인 경우. 앞서 소개한 라그온 OST보다 무려 8개월이나 이전에 발매된 물건으로, 동인 게임음악 음반 전문 레이블인 GML(현재는 폐쇄)이 제작한 동인음반 [KOREA-JAPAN : 韓日 Game Arrange CD]입니다. 2002년 여름 코믹마켓에서 판매된 물건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는 라그온이 동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토막]이 일본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던 시기. 전 18트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라그나로크 온라인]과 [ONE], [테일즈 위버]와 [마그나카르타] 등 소프트맥스 계열의 음악까지 골고루 어레인지 및 리믹스되어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ESTi님이 직접 어레인지에 참여하고 부클릿의 라이너 노트에도 글을 남겨놓은 것이 이색적이랄까. [마그나카르타]의 'Time Passes By...'의 클럽 리믹스나, 곡의 원작자이기도 한 [테일즈 위버]의 음악도 여럿 들어가 있습니다. 앞표지 일러스트와 디스크 레이블 일러스트는 몬스터고고님이, 뒷표지 일러스트는 Ti:v님이 맡는 등 전반적으로 한국 게임음악을 일본에 소개라는 측면이 강한 음반. 국내에서는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물건인 것 같더군요.
이쪽이 Ti:v님의 일러스트가 들어간 뒷표지.
조악하게 찍힌(...) 인덱스입니다만, 전반적으로 라그온과 소프트맥스계 게임이 주된 흐름입니다. 일본 게임 쪽은 Tactics의 [ONE] 정도. 어쨌든, 한국 게임음악이 일본에 소개된 최초의 사례가 아닐까.......라고 하고 싶습니다만,
놀랍게도, 그 이전에 사례 하나가 더 있습니다. 이쪽은 사실 정식이라고 하기는 애매합니다만.
...바로 이것.
국내 아케이드 음악게임 범람기에 발매되어,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기억되다 아쉽게 사라져간(...) 인터존21의 [AC. Percuss]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입니다. 물론 비매품. ...문제는, 이 음반이 국내에 뿌려진 사례가 공식적으로는 없다는 겁니다. 아마 국내에서는 이 물건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건 어디에 나간 물건이냐......
...바로, 2000년 도쿄게임쇼 가을 회장 출품시 관람객들에게 배포된 겁니다. 놀랍게도.
참고로, 게임은 이렇습니다(음반 부클릿에서 발췌).
몸의 반바퀴를 빙 두르는 5개의 퍼커션 패드(손으로 두드리는 식인데, 의외로 푹신해서 치는 맛은 있었던 것으로 기억)와 발로 구르는 발판 하나의 형식으로, 당시로서는 상당히 획기적이고 독창적인 인터페이스였습니다. 게임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과거 격월간 [게임비평] 휴간호(2003년 1/2월호)의 '게임 트리비아' 컬럼에서도 쓴 바 있으므로 그쪽을 참고하셔도 좋을듯(응?).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참신한 아이디어라 매우 좋아했었습니다만, 기계 자체도 당시 신촌 모 오락실에 잠깐 등장했다 싹 사라진 게 목격의 전부고, 게임 자체로도 참신하긴 한데 노트 디자인이 그리 직관적이지 못하고 난해한 감이 있어서(대신 잘 하는 사람은 거의 퍼포먼스 수준으로 즐길 수 있음) 결국 그런게 있었나보다 식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그런 게임의 음반인데, 도쿄게임쇼 당시 출품하면서 이 비매품 OST를 뿌렸던 것 같습니다. 그게 어찌어찌해서 제 손에까지 떨어진 것이고요. 근데 좀 깨는 건......
...이겁니다(먼산).
일본에서 뿌린 음반인데, 부클릿 전체에 걸쳐 일본어가 단 한 줄도 없습니다(...). 그말인즉슨, 사실은 국내에서 배포할 음반이었는데 나름대로의 사정으로 일본에서 뿌리게 된 물건이라는 얘기. 시기적인 탓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만, 참 보고 있으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게다가, 수록곡 10곡 전체가 당시 국내 라이선스 음악이었다는 것도 좀 아쉬운. 게임에서도 오리지널 곡이 없었는지의 여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여튼 봄여름가을겨울의 '농담, 거짓말, 그리고 진실', 업타운의 'You Can See Me'와 'RETURN', 샵의 'TELL ME TELL ME', 스푸키 바나나의 'Usual Suspect' 등등 모두가 국내 가수의 팝곡들. 물론 전부 한국어. 어쩌면 K-POP을 일본에 소개한 선구적인 음반으로 봐야 할지도. 음.
...여튼, 그런 음반입니다. 어쩌면 이 음반 이전에 뭔가 또 있긴 할수도.
이쪽은 국내에서도 유명한 일본판 [서풍의 광시곡]. 니혼팔콤이 '해외 프로듀스 제 1작'으로 선택해 직접 말끔하게 현지화하여 일본에 판매한 물건으로도 유명하죠. 니혼팔콤의 PC판과 더불어 이후 소프트맥스 저팬이 직접 발매한 DC판과 2004년 1월 마벨러스 인터랙티브에서 재이식해 발매한 PS2판이 있는데, PS2판에는 초회한정으로 프리미엄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음악 CD가 동봉되어 있습니다.
그뿐이냐고요? ...그런데 실은 이거,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가치가 있는 물건이 됩니다. 왜냐, 이 동봉음반이 바로 한일 전체를 통틀어 유일한 풀피처의 [서풍의 광시곡] OST이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혹은 우울하게도.
[창세기전 3]를 필두로 소프트맥스 게임의 음악을 대부분 맡고 있는 Nikacha 장성운씨의 데뷔작 중 하나로도 유명한 이 게임입니다만, 정식으로 음반화된 건 단지 이것뿐입니다. 국내에서는 L모 출판사가 내놓은 '공식 공략본'에 부록 형식으로 OST가 들어있기는 한데, 이게 돌려보면 OST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인지라(거의 싱글CD 수준의 분량에다, 인덱스도 없어서 뭐가 뭔 곡인지 알 수 없다) 그냥 없는 물건 치는 게 낫습니다. 고로 음반다운 음반은 유일하게 이것 하나뿐.
'부록성' 물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인덱스지까지 꼼꼼하게 들어 있고, (아마도) 전곡 수록이니 기본은 하는 수준. 물론 니혼팔콤 버전 기준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사실 여기저기 돌다보면 의외로 팔콤판 서풍에 대해 '원작을 제멋대로 바꿨다'라고 좋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도 보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팔콤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봅니다. 분위기는 나름대로 잘 살렸지만 묘하게 단순하고 허전한 감이 있는(...이쪽도 일본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얘기가 있더라만) 원작에 비해 이쪽은 자사의 일러스트레이터로 나름대로 화려하게 만들어 준데다(개인적으로는 이쪽도 좋다는 느낌. 게다가 PC판의 커버 일러스트는 무려 테라다 카츠야), 원작의 그 살인적인 인카운트율과 거시기한 게임 밸런스도 대부분 즐길 만하게 교정했으니까 말이죠. 냠.
이쪽도 정작 게임을 만든 이나라에서는 음반이 없는데 옆나라에서 OST가 나온 경우. 모두들 잘 알고 계실, 손노리/그라비티의 [악튜러스]의 OST 되겠습니다. 니혼팔콤의 PC판 로컬라이즈시 초회한정으로 동봉된 물건.
[서풍의 광시곡]이 대대적인 수술을 거쳐 나온 반면, 이쪽은 거의 현지어 로컬라이즈 수준에만 그치고 거의 원본 그대로 나왔습니다. 게임음악을 상품으로 만들어 내다팔고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거의 일본제일급의 노하우를 자랑하는 니혼팔콤이다보니, OST의 등장은 예견된 수순. 총 CD 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덱스만이 실린 간단한 속지가 동봉되어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예의상' 일본어로 다시 만들 줄 알았던 오프닝 보컬곡을 한국어 그대로 썼다는 것. OST에 실린 곡 역시 한국어 버전 그대로로(음반에서는 총 3가지 버전이 들어있습니다), 이 게임을 산 일본인들은 뜻도 모르는 옆나라 오프닝곡을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가 문득 궁금해지는.
여담인데, 팔콤판 악튜러스는 국내 팬들 입장에서도 하나쯤 가지고 있을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제가 가진 DVD판만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국내에 발매된 버전과는 달리 오프닝 애니메이션이 완전히 풀프레임(!)으로 가동되기 때문입니다. 프레임 퍽퍽 끊기는 국내 초회한정판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감개무량한 부분.
이쪽은 국내에서도 유명한 PS2판 [마그나카르타 : 진홍의 성흔]의 일본 발매판 OST. 일본 발매본에만 수록된 박화요비의 'Fly Again'(주제가) 및 'eternally'(엔딩 테마)이 수록된 싱글 앨범과, OST의 초회판입니다(물론 주제가 및 엔딩 테마는 미수록). 나름대로 참 일본스러운 전개.
OST의 구성은 국내와 거의 동일합니다만, 국내가 예약특전이었던 반면 이 음반은 아예 정식 판매된 정규 음반. 시장의 차이를 느끼게 해 주는 대목입니다. 음악도 분명 컨텐츠인데 말이죠. 음.
이쪽은 드라마 CD. 현재까지 총 2장이 발매되었으며, 일본판의 성우들이 분카방송(文化放送) '마그나카르타 Radio'에서 공연한 것을 모은 것. 첫번째 장인 '각성편 : 전장에 피어난 꽃'(04/12/22 발매)은 2004년 7~9월분 및 미수록분이, 두번째 장인 '격정편 : 복수에 불타는 꽃'(05/08/24 발매)은 2004년 10~12월분(종료)까지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한국 게임의 드라마 CD화는 이 사례가 처음이 아닐까 하는. 라그온 쪽도 애니메이션의 드라마 CD가 있었던 것같은 생각도 들지만. 음.
오늘의 이 글을 쓰게 만든 주범인(웃음) [마비노기]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물론 일본 발매판으로, 현 시점에서는 가장 최근에 나온 한국 게임 관련 음반이 됩니다. 지난 12월 22일 마벨러스 엔터테인먼트에서 발매했고, 가격은 3,990엔. 초회특전으로 펄프제 나오 오리지널 코스터(coaster; 컵받침)가 동봉되어 있습니다. 커버 일러스트는 popcorn 강영화님이 담당.
CD 4장에 총 120곡(!)이라는 대볼륨으로,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지라 확언은 못하겠지만 아마도 전곡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곡명은 모두 일본어로 번역되어 있고, 리믹스나 롱버전 등도 들어있어 정규 음반으로서는 손색없는 규모입니다. 작곡자의 라이너 노트 등도 완비.
[마비노기]는 국내에서는 딱 두 번 음반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대략 2003년쯤인가 KAMEX에서 홍보용으로 관람객들에게 배포했던 초기 음반인 [티르코네일 음유시인의 노래]와, 이후 정식 서비스 때 일부 매장에서 무료 한정배포했던 DVD 비디오 타이틀 [로나와 판의 마비노기 판타지 라이프]에 들어있는 몇 곡의 뮤직 클립 정도가 전부입니다. 즉 이쪽 역시, 정식 풀피처 음반으로서는 이게 최초라는 얘기.
...예전에, 게이머즈의 게임뮤직 스퀘어 컬럼에서 [서풍의 광시곡] PS2판 동봉 음반을 소개하면서 마지막에 이런 구절을 집어넣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내 나라의 게임음악을 마주하게 된다는 건, 적어도 '게임음악 팬'의 입장에서는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만.
물론 알고 있습니다. 시장이 작아서고, 팝이나 가요같은 메이저한 장르들도 죽도록 안팔려서 MP3 탓이나 하며 허덕대고 있는 시국에, 레코드점에서 한국의 게임음악 음반이 '인기음반'으로 오르기란 토끼 머리에 뿔나기보다 더 낮은 확률일 수 있다는 것을. 사실 게임음악 음반이라는 게 마이너 장르 산업으로 성숙한 나라는 전세계에서도 일본이 유일하긴 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게임이 수출도 되고 내수시장에서도 나름대로 돈을 벌고 있다 하며 남의 나라에서 더 잘 나가는 게임도 있다 하는데, 적어도 이제 외국의 명작들만 바라보며 침을 삼키는 수준은 벗어났다고는 하는데, 왜이리 그런 게임을 일종의 문화로서 향유할 수 있는 상품 ─ 굳이 게임음악 음반으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 은 찾기 힘든 걸까요. 단순한 인형이나 피규어는 그렇다치고, 음반이나 일러스트 화보집, 자료집이나 영상물, 평론서 등 상품의 소비가 아닌 문화의 소비의 범주에 들어가는 물건들은 왜 이리도 보이지 않으며, 간혹 보여도 말만 많은 소비자들의 외면 속에 재고로 사라지는 걸까요.
하나의 성공사례나 시범케이스가 생기면, 다른 회사들까지 끼어들면서 점차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 대개의 일반적인 흐름입니다. 일본의 게임음악 산업도 초창기의 여러 게임 제작사와 음반사의 선구자들이 뛰어들어 히트 가능성을 증명해 형성되기 시작했고, 멀리 갈 것도 없이 국내의 영화나 드라마 OST 역시 초창기의 몇몇 히트작이 시장을 창출하는 효과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게임음악만큼은 그런 게 안 보입니다. 간혹 음반점이나 제작사 통판 등으로 음반이 나와도, 그런 게 열띤 호응을 얻어 잘 팔렸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게 꼭 이름없는 게임들만 엄한 OST를 내놓아 그리된 것만도 아니고, 전국의 게이머들이 이름쯤은 들어봤다는 게임조차도 OST가 나와 외면받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성공사례가 없으니까 시장이 없는 겁니다. 실은 넓게 봐서 게임도 그렇긴 하지요.
12월 초쯤 기사를 쓰기 위해 일본 음반 사이트를 뒤지다가 [마비노기] OST의 발매 사실을 뒤늦게 접했을 때, 그 우울하고 엿같은 기분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 나라의 훌륭한 게임의 음악이 정작 남의 나라에서 훌륭한 상품으로 취급받고 가격까지 매겨져 팔리는 것을 보았을 때의, 이 나라의 좋은 게임음악을 정작 그 나라에 사는 내가 비싼 배송비를 주며 남의 나라 언어로 된 음반으로 사야 한다는 것에 대한, 순수하게 감정적인 분노였습니다. 이 나라에서 게임음악이란 단지 이런 거였나. 초회한정 경품으로 끼워주거나 게임 패치 발송할 때 거기다 덤으로 얹어주는 그따위 형태 말고는, 이런 돈주고 살 독립된 상품으로 팔리기를 기대하는 건 정녕 이나라에서는 무리인가. 뭐 그런 종류의.
...물론, 이 땅의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그런 생각조차도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참고하세요.
이 포스팅의 열화같은(?) 성원에 보답하는 마음에서, 2007년 어린이날 기념으로(...) 본 포스팅의 속편에 해당하는 일본 속의 한국 게임음악 음반들 Vol.2를 새로 포스팅했습니다. 검색 등으로 본 포스팅을 찾아오신 여행자 분들은, 마음에 드셨다면 속편도 링크를 통해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