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14)
Visual in Life (102)
Irregular Column (8)
Talkin' about Game (47)
Phio's Thought (14)
Collection Showroom (14)
Trivia Parade (27)
Notices (2)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ag List
마감 게임 이의있음 생활의 발견 기행 패닉 근황 후기 방사진 일 이야기 번아웃 생각 XBOX 360 사진전 PSP 지름 영화 잡상 일상 오픈케이스 PS3 게임음악 정보 수집 닌텐도 문답 NDS 사용기 리뷰 카운터

PIG-MIN






Photographed by Phio, '05.

카테고리 하나를 더 신설했습니다. 이름하여 피오생각(......).
나름대로 이런저런 엄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중에서 꼴리는 것을 하나 잡아내 단상 식으로 올리는 카테고리 되겠습니다. 그런고로 (사람에 따라서는) 매우 읽기 불편한 글일 수도 있고 스크롤 압박이 강한 글일 가능성도 높으니, 이점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사진은 넣을 때도 있고 안 넣을 때도 있을 겁니다. ...사실 위의 사진은 별 상관 없습니다. 음.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라는 단어를 상당히...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싫어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그 참을 수 없는 모호함이 싫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라는 단어에는,
우리를 말하는 상대가 그 말을 듣는 자신을 그(를 포함한 그들)의 영역에 의식적으로 - 혹은 무의식적으로 편입시키고자 하는 일종의 강제력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단순한 선의든, 혹은 그게 아닌 다른 의도이든 간에.


한국 사람만큼 우리라는 단어 쓰기 좋아하는 민족 드물다는 말은 유명합니다. 오죽하면 외국인들이 처음 우리말을 배울 때 '우리 마누라'같은 기상천외한 용법(...)에 놀라곤 한다는 우스개가 널리 알려져 있을 정도니까.
그래서인지, 한국 사람들은 남과 대화할 때 흔히 우리의 용법을 혼동하곤 합니다(저 역시 한국사람이다보니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더 재미있는 것은,
우리를 써야 할 곳에 를 쓰는 경우보다는
를 써야 할 곳에 우리를 쓰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겁니다.
이게 뭘 의미하는지, 생각해보신 적이 있는지요.

우리 나라, 우리 가족, 우리 반, 우리 회사, 우리 민족......
사실 이러한 대명사들 속에, 는 없습니다. 주체가 아닌 것입니다. 우리를 이루는 부속품일 뿐.
'우리'란 어디까지나 '전체'이며, 그 속의 '나'는 왜소합니다. 무척이나 모호한 대명사입니다. 사실 '내'가 빠져도 별 상관은 없습니다. 물론 학교에서 배우기로는 우리 안의 나도 중요하다라고는 하지요. 하지만 우리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그 모호한 속성 덕분에, 말로는 '우리'라고 하지만 결국 '나'에게 불리한 일이 생기더라도 내가 얼마든지 열외할 수 있는 좋은 심리기제가 됩니다.
가 빠져도 우리는 우리니까. 어쨌든.

사실 중요한 건 조금 다른 부분에 있습니다.
우리라는 단어의 용법을 혼동할 때의 더욱 큰 위험성은, 상대가 '우리'의 영역 내에 속하지 않는 사람일 경우에도 이 말을 듣는 상대방까지 함부로 '우리'의 영역권에 넣어버리거나, 혹은 당연히 '우리'여야 할 사람에게조차도 함부로 '우리'의 바깥으로 내쫓아버린다는 데에 있습니다. 상대의 어떠한 양해도 구하지 않고.
이런 개념적 혼동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상황은 바로 토론이나 논쟁이 일어났을 때입니다. 특히 '우리'의 개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민족이 그 토론의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을 때.
논리와 합리가 철저히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할 엄격한 토론에서조차, 이 제대로 정의되지 않은 우리라는 개념이 주는 혼돈과 혼란의 폐해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 어떠한 들어볼 만한 의견이나 주장이 나와도 네가 우리 나라 국민 맞느냐같은 비논리에 여론몰이당해 박살나기 일쑤고, 혹은 분명히 개인의 권익이나 권리를 침해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를 위해서라는 비합리에 묵살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러한 논법에 긍정하는 순간 그 사람이라는 '개체'는 우리에 묻혀 소실되며, 부정하는 순간 그는 우리에서 내쫓겨 던져지게 됩니다.
'우리'라는 단어가 가지는 진정한 위험성은 사실 그런 것입니다. 단어 그 자체의 의미보다, 그 단어의 사용자에 의해 효과적으로 편가름짓거나 공격하기 위한 의도적인 - 혹은 악의적인 무기로 사용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은 것. 그것입니다.

우리를 혼동한다는 것, 이건 상당히 중요한 집단적 최면입니다.
그렇기에 인터넷 게시판에서 흔히 우리들을 무시하는 ○○○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줍시다같은 선동이 너무나도 손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며, 집단에 반하는 소수(minority)의 의견이나 논리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편협한 의견에 불과한데도 우리라는 외피를 둘러쓰면 없던 논리가 생기기도 하고, 분명히 존중될 만하고 받아들일 부분이 있는 논리인데도 상대가 소수자(이 카테고리에 들어갈 부류는 한둘이 아닙니다. 여성, 장애인, 개인주의자, 동성애 옹호자...... 기타등등)라는 이유만으로 - 정확히는 우리가 아니니까 폄하를 당하기도 합니다. 그런 겁니다.

결국,
우리가 너무나 손쉽게 먹히는 사회에서 소수는 항상 약자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세상엔 애국하는 사람만 필요한 게 아닌데도, 비애국자는 나가라는 외침에 사태를 다르게 보려는 소수가 압살당하는 것처럼.

아무리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라도, 그가 대면하고 있는 상대에게는 항상 침범하지 말아야 할 사생활이 있으며 넘지 말아야 할 정도가 있는 법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기본적인 권리 - 혹은 의무가 너무나 간단히 파괴되는 상황을 흔히 봅니다. 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에서 오점을 남겼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가진 능력과 가능성과는 상관없이 사회적으로 매장되거나, 혹은 개인의 사상이나 생각, 주장의 자유를 애국이라느니 정의라느니 혹은 자유민주주의라느니 하는 (말하는 그 자신조차 제대로 어의을 대지 못할) 개념어들을 사용해 가면서 우리의 틀에 끌어다 맞추려는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해방 50년에 21세기가 지나고도 남은 현재까지도 비일비재한 것은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인 특유의 단체주의, 즉 내셔널리즘이나 마초이즘은 결국 우리라는 단어가 가진 모호성에서 출발하지 않는가...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물론 그러한 우리주의(?)가 가지고 있는 힘이나 잠재력은 부정하지 않습니다. 이 나라를 다이내믹하게 여기까지 굴려온 힘이 상당 부분 그것에 기대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이미 다원화되고 민주화되어 있는 현대 사회에서조차, 국론통일을 외치고 군대 갔다와야 사람된다는 말이 먹히며 '우리'와는 다른 사람을 용납하지 않는 풍토가 온존하는 것도 문제는 문제입니다.


다시 개인적인 얘기로 돌아옵니다만,

저는 그래서 남과 얘기하거나 글을 쓸 때 나름대로 우리를 구분하려고 신경쓰고,
특히 우리 나라같은 말은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거의 쓰지도 않습니다. 물론 그 대신에 내 나라이 나라같은 식으로 쓰지요. 이 나라는 내가 사는 나라이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top


공지사항
BLOG main image
Phio's Trivia Annex


오늘    전체 

. rss.



Gamercards




Candle


Now Playing...
베요네타
(10장이던가 아마)
11eyes CrossOver
(점수용)
원숭이섬의 비밀 SE
(웍스루 입수)
파이널 판타지 XIII
(11장 종반)
알 토네리코 3
(다음 타자)
라스트 윈도우
(이제 막 가동)
입체 피크로스
(아직도 가동중)
퀸즈블레이드 SC
(하고는 있음)

Now Listening...
장기하와 얼굴들
네가 있으니
(스가와라 사유리)
iTunes로 지른
기타 일본곡 다수

CDJapan Banner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3.0 Unported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