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ed by Phio, '05.
예, 이번 호도 어떻게 간신히 끝났습니다. 필름교정도 다 끝냈고, 마지막 교정지를 돌려본 다음 집으로 돌아와서 풀썩 쓰러진 게 어제. 대략 17시간쯤 자다가(...) 잠에 지쳐 일어난 게 오늘. 한동안 일때문에 못했던 드럼매니아를 마구 내갈기고(...) 나니까 좀 시원해지는군요. 냠.
덕분에 왼손 손가락에 물집이 세 개. ...스틱 쓰는 법을 좀 고쳐야 할 것 같은데. 음.
위 사진은, 최종적으로 인쇄소에 넘어갈 본지 내용을 담은 4도인쇄용 필름입니다. Cyan-Magenta-Yellow-Black(줄여서 CMYK라고 하지요)의 4도로 분판되어 있기 때문에 인쇄될 종이 한 장마다 필름은 네 장씩. 각 판(plate)마다 잡지 8쪽 분량의 내용이 들어 있고, 두 판을 합치면 16쪽이 됩니다. 이것을 1대라고 합니다. 실제 인쇄는 두 판이 한 장의 종이 앞뒤에 찍혀, 이를 3번 접어 8절로 나눈 뒤 커터로 접힌 부분을 잘라내면 우리가 보는 잡지의 쪽수가 맞아떨어지는 형태가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많은 대들을 차례대로 하나로 묶어 풀칠하고 표지를 붙이면, 세상에 뿌려지는 잡지 한 권이 되는 겁니다. 세상의 어느 인쇄물이건, 대개는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이런 식으로 잡지를 컴퓨터로 편집하여 필름의 형태로 (편리하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은 실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불과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진은 분판하여 따로 처리하고 글자는 식자공들에 의해 활자를 조합하여 식자 처리하거나 대지 작업이라 하여 미리 인쇄한 글과 사진을 커다란 종이 위에서 자르고 붙이고 연결하여 잡지의 틀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를 HTS(Hot Typesetting System)이라고 했었지요. 게임잡지 역시 다를 바 없어서, 90년대 초반까지의 대부분의 게임잡지 역시 이렇게 만들었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러한 양상이 '컴퓨터 편집' 중심으로 바뀐 것은 그 이후부터. 이른바 DTP(Desktop Publishing) 시스템의 도입과 WYSIWYG(What you see is what you get; '지금 화면에 보이는 그대로 결과물이 나온다'라는 뜻. ...당연한 말같아 보이지만, 80년대 8비트 컴퓨터 시절에 유행했던 말이니만큼 그때에는 혁명적인 개념이었습니다)식의 워드프로세서 및 컴퓨터 출판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컴퓨터로 자유롭게 출판 결과물을 만들어 필름 형태로 출력한 후 인쇄소에 넘기는 시스템이 확립되었습니다. 물론 그 중심에 바로 애플의 매킨토시와 유명한 DTP 프로그램 [쿽 익스프레스(QuarkExpress)]가 있는 거고요. 이러한 방식을 앞의 HTS와 대비되는 의미의 CTS(Cold Typesetting System; 'Computerized Typesetting System'이라고도 함)라고 하지요.
88올림픽 시절만 해도 랩탑 컴퓨터('노트북'이 아님에 유의)로 현지에서 기사를 곧바로 써서 모뎀을 통해 본국의 편집부로 송고하는 해외 기자들의 최첨단 취재가 화제가 될 정도였습니다만, 이제는 기사를 노트가 아닌 컴퓨터로 쓰는 시대가 된 지 오래이고, 노트북은 기자의 필수품이다시피 되어버렸고...... 글을 쓰기도 수정하기도 편해진 시대라, 가끔 특집 등을 쓰기 위해 인터넷을 조낸 헤집으면서도 내 이전의 사람들은 나보다 훨씬 더 힘들고 어렵게 이런 글을 썼을텐데...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고는 합니다.
세상 편해진 거랄까. 이제 정보와 자료를 얻는 데 큰 노력과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되었으니까요. 그렇기에 글 쓰는 사람들에겐 쉬우면서도 어떤 의미로는 더 어려운 시대가 되지 않았나 하는 느낌입니다. 웬만한 고급 정보도 대중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요즘인만큼, 정보를 더 가공하고 정련하고 남들보다 더 많이 조사하고 다듬어 보여주지 않으면 가차없이 외면받는 시대이기도 하니까 말이죠.
...여하튼, 책은 아마 내일쯤 배본되지 않을까 합니다. 2005년의 마지막 호가 되겠지요, 아마도.
표지를 보니 무려 Vol.70이더군요. 통권 70호. 벌써 그렇게까지 되었나.
그러고보니 조금만 더 있으면 창간 6주년. 으음. 많이도 왔습니다. 정말로.
이렇게 올해도 가는군요. 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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