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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G-MIN






Photographed by Phio, '07.


아침에 출근해 보니까 택배가 두 개 도착해 있더군요. 하나는 한국닌텐도에서 보내준 내년도 특제 다이어리고(사진의 저것), 나머지 하나는 주문걸어놓은 슈로대OG외전 한정판이었는데 H택배의 악명에 걸맞게 멋지게 구석이 빠그러진 채 얹혀 있더라는. 물론 발송처에 살짝 항의 비슷하게 해서 교환 약속을 받아내기는 했습니다만.

...살다보니까 닌텐도로부터 이런 기념품도 받아보는구나, 라는 묘한 느낌이 들었달까(여러 가지 의미로).
막상 전 다이어리 같은 걸 거의 안 쓰는 성격이라서 활용은 할 지 안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레어템이라는 의미로 보자면 나중에 비싸게 되팔(...)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엄한 생각도 살짝 들더군요.





한해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서, 간단히 올해를 되돌아보는 짤막한 일기성 글이나 써볼까 하고 에디터를 열기는 했습니다만 막상 열어보니까 또 쓸 말이 그리 생각나지는 않는군요(펑).
글쎄요, 금년에는 연초부터 연말까지 주변에서 워낙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있었고 특히 가까운 주변(이를테면 회사)에 제법 여러 일들이 생겨서, 영원한 것은 없다라는 시드니 셸던의 소설 제목이 간만에 떠오르기도 했던, 뭐 그런 느낌. 언제나 행복했던 순간은, 그 행복이 가셔버린 후에나 그런 게 있었음을 깨닫는 법입니다.
같이 일했고 정들었던 사람들이 작년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게 새로운 모험을 찾아 떠났고 저야 일단은 여러 가지를 모색하면서 바라보는 입장이긴 합니다만, 그러면서도 그런 와중에 묘하게 드는 생각이라면

나는 아직도 게임으로 글 쓰는 게 재미있더라,

뭐 그거더군요.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그런데 이 직업을 계속하다보면 제법 드는 생각이고, 저뿐만 아니라 글써서 먹고사는 직업이면 이런 생각 안해봤을 사람이 거의 없겠지만
도대체 내 글을 누가 얼마나 재미있게 읽어주고 있는 건가라는 의문이 적지 않게 드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러니까, 블로그 글 말고 종이에 쓰는 진짜 글 말이지요.

칭찬까진 바라지도 않으니까 비판이나 질책 같은 거라도 좀 해주시면 받아적기라도 하겠는데
이런저런 게임 커뮤니티나 블로그, 가끔 검색으로 걸리는 책 얘기 같은 걸 슬금슬금 읽어봐도
공략 품평이나 '그 잡지 요즘 맛이 갔어' 급의 하나마나한 이야기 아니면
도대체 글 그 자체에 대한 평가읽어주신 분만이 할 수 있는 한마디를 찾기가 용산전자상가에서 재믹스 팩 찾기만큼이나 힘들다고나 할까요.
공짜로 보여주는 게 아니면 피드백조차 거의 돌아오지 않는 시대의 풍경인 것 같기도 하고,
사실 글 쓰는 사람들이 정말 힘들여 쓰는 글에 대한 반응이 이런 시대이다 보니까
그런 시대에서 책을 만들고 있는 입장으로서는 참 미묘한 요즘인 건 어쩔 수 없네요.
그래도 읽어주시는 분이 이 나라 어딘가에는 계시리라 믿고, 계속 쓰고 있기는 합니다만.

뭐, 그래도 2007년은 갔고 2008년이 오니까
계속 해볼 생각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교양이나 견식은 계속 넓혀가야겠죠. 세상에는 훌륭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계속 뭔가라도 찔끔거리며 만들지 않으면 뒤처지는 게 금방이다 보니까. 냠.





예전, 과거 레코드 LP 세대를 지나온 음악평론가나 애호가들의 인터뷰를 잡지 등에서 보다보면 제법 나오던 단어가 부채의식이었습니다. 서슬퍼런 검열이 살아숨쉬던 군사독재 시대에 해외의 선진음악을 듣기 위해 암암리에 음지에서 소위 빽판이라 불리던 불법복제 LP를 사서 돌려듣던 시절, 그렇게 음악을 들으면서도 '이건 진짜가 아니다'라는 자괴감에 젖어 떳떳하게 자유로운 세상에서 해외 음반을 사서 자랑스럽게 꽂아놓고 국내에서 정식 출반되는 라이선스반을 구입할 수 있기를 희망했던 암울했던 그 시절을 추억하는 단어가 바로 부채의식이었죠.
여건이 안 되었기에 불법이고 잘못인 줄 알면서도 빚을 지는 기분으로 구입했던, 뭐 그런 느낌이라고 해석하면 좀 막 나가는 것일라나.

개인적으로 그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을 때가, 90년대 초두까지만 해도 한국 게임계에 신나게 횡행하던 불법복제 소프트하우스 시절에 한달에 디스켓 30장 복사 가능한 회원증을 끊고 외국의 PC게임을 복사받아 즐길 때였습니다. 철모르는 어린 시절에도 그게 잘못된 짓이고 해외에서는 제대로 패키지 만들어 돈받고 파는 물건이며 불량나면 교환도 되고 멋들어진 매뉴얼과 박스도 딸려나오는 엄연한 상품이라는 사실을, 대강 어렴풋이나마 알고는 있었습니다(...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무심결에 모 복사집에서 '신검의 전설 복사해주세요'라고 했다가 대경노호의 벼락을 맞고는 '네가 나이가 어려도 국산게임만은 그래선 안된다'로 요약되는 장시간의 설교를 들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사실 모순이 덧붙은 촌극이긴 합니다만, 그 시절이니까 가능했던 단편이기도 하지요. 지금도 그분에겐 감사하고 있습니다. 어린것을 일깨워 줬으니까요).
제 나름대로도 그러니까 부채의식이 있었던 셈이고, 저뿐만 아니라 당대를 살았던 수많은 90년대 게임 키드들 역시 그랬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92년에 동서게임채널에서 [원숭이섬의 비밀] 정품 초판이 막 발매되었을 때 돈을 아껴서 만들고 처음 구입해 손에 쥐었을 때, 무언가 가슴이 확 뚫리면서 드디어 처음으로 문명인이 된 것같은 그런 상쾌한 느낌을 받았었습니다(그때가... 대략 고교 직전이었나요 아마).
그런 느낌이 좋아서, 92년 연말쯤 오래 전부터 노리던 아래아한글 2.5 정식판을 돈모아 구입해 자전거 안장 뒤에 묶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꼴에 뿌듯해한 기억도 생생합니다(이후 저는 2004 버전까지 계속 꾸준히 업그레이드를 진행했고, 그 모든 박스가 전부 방 한구석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나름 아래아한글 파워유저입니다 --a).
그때를 기점으로 문명화된 버릇이 지금도 남아서, 지금도 게임이든 음반이든 일단 닥치고 정품으로 사고 보는 버릇이 길러지지 않았나... 그런 느낌이 듭니다. 어쩌면 그런 점에 있어선 의식의 트리를 제법 잘 찍고 내려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하네요.

...얼마전부터 깔짝 화제가 되고 있는 저작권 관련 왈가왈부나,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 종종 논란(대개 쳇바퀴성)이 되곤 하는 세상 모르고 날뛰더니 꼴 좋다 vs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넘 있더냐 식의 도그파이트를 보다 보면, 문득 그 옛날 90년대 초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르곤 합니다.
과연 저기서 저렇게 떠들고 있는 인격들은, 그 시절의 죄의식과 조금이라도 유사한 심리적 기제를 가슴속에 간직하고나 있는 것일까, 뭐 그런 느낌 말이죠. 돈을 주고 살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기뻐하던 90년대의 풍경 자체가 이제는 한낱 박제화된 철지난 세피아색 감상론에 지나지 않게 되었구나, 싶은 씁쓸함도 약간은 들고요.

뭐, 그렇게 또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것이겠지요.





꿀꿀한 얘기를 제법 길게 썼는데 다 잊어주시고(...),

어쨌든 새해입니다. 금년 잘 보내셨길 바라고,
새해도 복 많이 받으시길.

새해라고 포스팅할 거리는 딱히 없는 요즘이라서, 빠르면 금주 초에나 쓸 수 있겠네요. 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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