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를 끝내고 자리에 앉아서 잠시 웹서핑을 하다보니까, PS3의 모 전술잠입액션 게임 정식발매가 드디어 공표되었더군요. 그런데 잘 보니 언어 관련 언급이 전혀 없어 일단 한글화 발매 여부는 아직 미정인 것 같습니다. 덕분에 이 정보가 공개되자마자 기쁨에 치를 떨어야 할(?) 게이머들은 정반대로 한글화다 아니다로 나름 뜨거운 댓글논쟁을 벌이고 있고, 서명운동 얘기까지 나오는군요.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익숙한 광경입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드물게, 그러나 늘상 벌어지는 이 쳇바퀴를 보면서 평소에 생각중이었던 단상 하나를 끄집어내볼까 합니다. 사실 별로 새로운 얘기 없습니다. 제가 이제까지 이런저런 경로로 되풀이했던 논지의 집합이니까.
다만 미리 전제할 것 하나라면, 전 이 게임이 한글화로 나올지 아닐지에 대한 그 어떠한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다른 일반적인 게이머들과 똑같은 위치라는 얘기입니다. 행여라도 이 글을 이 게임이 한글화나 비한글화 그 어느 쪽으로라도 결정된다는 근거로 사용하시려는 분이 있다면 다음 세상에서는 골룸으로 환생하실 겁니다. (하품) 단지 한글화...라는 게 한국 비디오 게이머들에게는 대단히 민감한 팩터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실제적으로 이걸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과 열성이라는 게 대단히 엄한 방향으로 벋어가고 있다는 걸 예전부터 계속 느껴왔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에 관련한 단상을 한 번 정리해볼까 하는 것뿐입니다. 따라서, 이 글에서 사용하는 모든 관점과 표현은 그냥 이 글 내로 한정해 읽어주시는 것이 옳은 독법 되겠습니다.
게이머들 사이에 초미의 관심사인 머시기 게임의 발매가 가시권에 들어오면, 항상 게이머 커뮤니티 내부는 갖가지 감정들로 뒤범벅이 되어 들끓게 마련입니다. 그 게임이 다행히 한글화가 일찌감치 확정이라도 되면 다행인데, 문제는 한글화가 오리무중이거나 사실상 매뉴얼만 한글화로 확정되었을 경우가 되겠지요. 이때는 그야말로 벌집입니다. 때로는 그 게임이 비교적 마이너하거나 한국에서 얼마나 살까 살짝 의심되는 경우에도 그러합니다. 이때 그 포스팅에 달리는 댓글들의 분량은 수십 개에서 수천 개까지 다양무쌍하지만, 다행히 비한글화를 성토하는 댓글의 경우 대개 몇 가지 패턴이 있습니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 아래 예문에서 그리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것들이 일단 투자를 해 보고 나서 관두든가 말든가 해야지, 시장 탓만 하고 한국 소비자들을 뭘로 보는가?
한글화된 게임을 즐기는 것은 소비자로서의 당연한 권리다. 우린 일개 소비자이니 회사 사정을 봐줘야 할 의무도 알아줄 이유도 없다.
왜 재미없는 게임은 누가 안 졸라도 한글화로 내놓으면서 정작 한글화를 해야 할 게임은 손을 못 대나? 그래놓고 유저 탓을 하면 말이 되나?
열받아서 국내판 안 산다. 버르장머리가 고쳐지기 전까지는 웃돈 주고서라도 일판(북미판, 혹은 복사라도 무방) 사겠다.
뭐, 사실 틀린 말은 없습니다. 옳은 지적이지요. 원칙적으로는. 문제는, 한국은 대단히 변칙적인 시장이라는 겁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여기서, 변칙적이라는 얘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세계 주요 선진국 시장들과 비교해, 국내 정규 시장이 그 양적 규모에서 지극히 열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비정규적인 시장 ─ 불법복제/개조, 병행수입, 중고, 불법 다운로드 등등의 총합적 규모가 정규 시장을 몇 배수로 뛰어넘는다는 예측이 그럴싸하게 들릴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크다.
게임 시장을 구성하는 소비자 중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머릿수가 이 비정규적 시장에 극히 익숙하며,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시장의 선두 그룹인 코어 게이머일 수록 그러하다.
자생적인 소프트들의 퀄리티와는 별개로, 문화 면에서 아득히 앞서는 미국과 일본의 게임 퀄리티에 게이머 소비층이 크게 익숙하고 유입/전파 속도도 상당히 빠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국 및 일본과는 완전히 별개의 언어문화권을 구성하고 있다.
마지막의 '완전히 별개의 언어문화권'이라는 요소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사실 이 요소 하나가 이 나라에서 한글화라는 단어 하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변칙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함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여기까지만 써도 어느 정도 논지가 파악되시는 분들이 많으시겠으나, 시간 관계상 본 글에서는 여기까지만 쓰지요.
이 나라의 게임 시장에서, 어디까지나 한글화란 일종의 투자입니다. 십오년쯤 전 [프린세스 메이커]가 M모 사에 의해 전격 한글화되어 한국 땅을 패키지로 밟을 때도 그러했었고, 그로부터 십오년쯤 후인 지금도 사실상 그러합니다. 십오년 전이나 십오년 후나, 개념적으로 볼 때 사실 엄청나게 획기적으로 바뀐 건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이거, 그냥 별 생각 없이 듣기 쉽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현실입니다. 두 달만 지나면 건물 하나가 세워지는 성질 급한 이 나라에서, 무려 십 년이 넘도록 기반이 변한 게 거의 없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십여 년의 게임 시장 발전을 몇 차례 굴곡으로 거쳐 오며, 우리는 이제까지 시장을 제대로 자정시키고 나름대로의 건전한 매스 마켓으로 길러올 수 있는 기회를 실은 여러 차례 잡았었습니다. 그리고 또 번번히 놓쳐 왔습니다. 대부분 우리 탓이 아니고 세상이 그리 변해서 그렇겠거니 하고 생각 없이 살아온 결과입니다. 물론 전적으로 소비자 탓은 아닙니다. 엄연히 공급자 측이 잘못한 부분도 실은 꽤나 많고, IMF니 인터넷 세상이니 해서 환경이 그리 변해 어쩔 수 없었던 탓도 큽니다. 대중은 항상 낮은 쪽으로 흐르는 물과 같아서 항상 편한 쪽으로 움직이게 마련이니까, 그런 그들을 탓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알 만한 사람들이라면 그리해서는 안됩니다. 알 만한 사람들이고, 앞서가는 사람들이니까. 가정이 피폐해도 아버지 어머니만큼은 오롯해야 하고, 세상이 수상해도 학교 선생님만큼은 원리원칙이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알 만한 사람들마저 원칙을 버리면, 그런 사람들에겐 적어도 누굴 비난할 자격이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다시 원래 얘기로 돌아와서, 이 나라 게임 시장에서, 한글화란 여전히 투자입니다. 투자는 결국 씨뿌리기라서, 뿌린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언젠가는 물줄기가 마릅니다. 2002년 언저리의 SCEK를 생각해 봅시다. 그때의 게이머들에게는 마냥 세상이 내 것이었습니다. 저도 그 시기를 실시간으로 살아온 게이머이기에 누구 못지 않게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에는 퍼블리셔들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았고, 별별 황당한 묻지마 한글화나 한국에서 이런 게임을 한글로 내다니 모험이다 싶은 프로젝트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입니다. 뭐가 달라졌는지, 굳이 덧붙이지 않아도 몸으로 느끼시리라 생각합니다.
일단 투자를 해 보고 나서 관두든가 말든가 해야지, 시장 탓만 한다라는 손가락질이 절반의 진실만 담고 있는 이유입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세월이 모두 투자였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투자중입니다. 5년이 지났으면 5년만큼의 발전은 되었어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 한글화된 게임이 한글화된 만큼 대접받고 팔리는 지극히 정상적인 프로세스만 5년간 유지되었더라면, 일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렇게 물으면 일각에서 돌아오는 되물음이 '왜 재미없는 게임은 누가 안 졸라도 한글화로 내놓으면서 정작 한글화를 해야 할 게임은 손을 못 대나?'입니다. 그거야 사람 보기 나름이죠. 내게 재미없는 한글화 게임이 꼭 한글화가 필요없는 게임이라곤 할 수 없거든요. 간단한 논리적 대구입니다만.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만약 유저들에게 해외명작게임으로 큰 칭송을 받는 [세일즈 오브~](대역가명) 시리즈라는 RPG가 있다고 합시다. 아무래도 많이들 한글화 요망이 들어오니까 한글화하면 잘 팔릴 것 같아요. 그래서 욕나오는 개런티 비용과 눈 튀어나오는 최소 프레스 수량을 감수하면서 모험하는 기분으로 돈 들이부어서 최신작 [세일즈 오브 맛사지아 2](역시 대역가명)를 덥석 물어 계약을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당연한 얘기지만, 남의 나라 게임이고 거기다 개발중이기까지 하면 개발 도중에는 이게 속된 말로 똥인지 된장인지 알기 정말 어렵습니다. 공개되는 정보는 어디까지나 한정적이고 게임이 완성되기 전에는 전체적인 그림이 잘 보이지 않아 직접 마스터판을 손에 쥐고 플레이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거니까요. 그리고 유저들로부터 '엄한 작품 한글화'로 성토받는 프로젝트의 경우, 알고 보면 계약 예전에 다 끝내고 개발 도중의 몇차 알파 버전을 잡고 돌려봤을 때에야 '아차' 소리가 나오는 경우가 그나마 빠른 케이스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계약은 계약이니까 내야죠.
...그런데 사실 게임이 한글화던 아니던, 게임이 바보같으니까 안 팔린다는 게 확정적으로 보이면 그건 차라리 낫습니다. 해당 퍼블리셔 사람들이라고 바보는 아니거든요. 그런 실패를 몇 차례 겪으면 그때부터 노하우가 생겨 손해날 게임을 어떻게든 피하려고 체크도 강화하고 안간힘을 쓰겠죠. 문제는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전혀 다른 이유로 안 팔리는 것이 눈에 보일 때입니다. 한글화 퀄리티가 떨어져서(혹은 더 극단적으로, 한글화가 안 되어서) 안 팔리는 게 아니라, 별개의 외부효과 ─ 까놓고 말해 불법복제 같은 걸로 판매량이 급감하는 게 뻔하게 보이면 해당업계 종사자에게 더 잘하고 싶은 의욕이 생길 리가 없습니다. 더 넓게는 그 산업 전체로도.
이게 상당히 중요한 키포인트인데,
한글화를 잘 하건 못 하건, 더 나아가 한글화를 하건 안 하건 판매량은 그와는 전혀 상관없이 논다
...라는 게, 현재 이나라 비디오 게임 시장의 소비자 대 생산자 상호 불신의 벽을 파악하는 가장 중요한 팩터라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퍼블리셔도 어디까지나 기업이라서 이익이 가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이 짓을 해서 이익이 는다면 그건 대통령이 바짓가랑이를 붙잡아도 하게 되어 있으며, 반대로 이 짓을 하건 말건 변화가 극히 미미하거나 심지어는 그 여부와는 상관없이 판매량에 다른 영향이 더 크게 미친다면 거기 쏟을 돈 딴 데로 돌리던지 아예 관심 끊게 됩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기업도 민영화하는 세상인데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비슷한 논지에서 전개했던 예전의 다른 논쟁이, 모 커뮤니티에서 제가 좀 끼어들었던 한글화 번역 관련 왈가왈부였습니다. 원리는 똑같습니다. 번역을 잘 하고 못한 게 도대체 판매량에 영향을 안 주는데, 퍼블리셔가 번역에 열정과 돈을 더 쏟을 리가 만무하다는 거였죠 ─ [콜 오브 더티 4](당연히 대역가명)의 실례가 좋은 샘플이 될 겁니다 ─ . 학원에 가서 수강을 하는데 난 분명히 최선을 다했는데도(사실 최선의 여부는 무관) 수강을 하나 안 하나 성적에 변동이 없다면 그 학원 하루빨리 끊고 그 돈을 다른 데 돌리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마찬가지죠.
그런 의미에서, 한글화 안 했으니 열받아서 국내판 안 산다. 버르장머리가 고쳐지기 전까지는 웃돈 주고서라도 일판(북미판, 혹은 복사라도 무방) 사겠다...라는 선언은 전반부까지는 좋습니다. 안 사면야 그것도 소신의 선택이죠. 그런 사람들이 수없이 모이면 여론이 되겠고. 그런데 후반부의 조건이 겹쳐지면 그냥 안 사고 생활하시는 게 차라리 시장에 도움이 되는 행위가 됩니다. 정말로.
앞서 말했듯 한국은 매우 변칙적인 시장이라서, 한글화된 게임을 즐기는 것은 소비자로서의 당연한 권리다. 우린 일개 소비자이니 회사 사정을 봐줘야 할 의무도 알아줄 이유도 없다...라는 원칙적인 주장이 정당성을 얻기가 힘듭니다. 사실 위와 같은 주장을 할 수 있는 당사자가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생짜 캐주얼 게이머고 한글화가 아니면 어디서 신작 게임을 공급받아야 할지 막막한 사람이라면 이해나 가겠는데 정반대로 시장 돌아가는 거 알 만큼 알고, 영문이나 일본어로 게임이 나와도 어떻게든 구해서(일판이든 다운로드든 간에) 즐겨볼 용의가 있으며, 게시판에서는 내가 플스 초창기부터 게이머였는데 말씀야 어쩌구 얘기까지 간혹 하시는 나름 코어 게이머의 축에 드시는 분께서 이런 얘기하시는 걸 오히려 제법 많이 봤습니다. 이 편견이 잘못되었다면 누가 지적 좀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 만한 사람들, 게임 좀 해 봤다는 사람들, 게임이 뭔지 대충은 안다는 사람들부터 정신차려야 합니다. 물론 그 말단지엽에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저 역시 포함된다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여기서 더 시장 망가지기 전에, 개개인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신품 하나 더 사 주고, 조금 모자라고 아쉽더라도 국내품 위주로 닥치고 제값 주고 사는 버릇을 길러야 합니다. 이게 요체입니다. 물론 재미없는 게임이라도 그냥 사고 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재미없고 아무래도 내 돈이 아까울 것같으면 그냥 안 사면 됩니다. 아무도 게임 아닌 더 생산적이고 자기계발적인 일에 쏟아부을 수 있는 자신의 귀중한 돈을 쓸데없고 시간만 낭비하며 인생에 별 도움 안 되는(...자기모순적이지만, 일견 진실입니다. 사실 세상의 '레저'나 '여가활동' 소리 듣는 문화 중 안 그런 게 얼마나 되겠습니까) 비디오 게임 같은 것에 쓰라고 멱살 잡아채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가치가 충분히 느껴지는 것에는 그 가치를 제값 주고 지불하는 버릇을 우직하게라도 지켜나가는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한국의 문화산업 전반에 걸쳐, 소비자들 사이에 만연되어 있는 가장 큰 모럴 해저드는 사실 이겁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무언가에 돈 쓰기를 지독히도 싫어하는 것. 이 장벽이 먼저 부서지지 않는 한, 미래는 없습니다.
매뉴얼 한글화도 한글화입니다. 이 극동의 오지 한국에 멀쩡한 남의 나라 소프트 판권 따다가 내는데 달랑 매뉴얼 번역비만 원고지당 몇천원 꼴로 푼돈 지불하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나온 '무늬만 한글화'라도 해외보다 비싸서 경제적으로 모순이 나온다면 또 모르되, 그것도 아니라면 적어도 어지간한 경우 아니라면 일단 사주고 나서 욕하던지, 아니면 아예 사지 않고 끊는 게 적어도 게이머 자처하는 사람의 도리라고 봅니다.
잘 보면, 과거 2003년 언저리와는 달리 이제는 꾸준히 한글화를 해 주는 퍼블리셔가 SCEK나 한국 MS 등의 기본적으로 자기 플랫폼 계속 운영해야 하는 짐을 지고 있는 플랫폼 홀더들 외에는 서드파티로서는 이제 정말 두 손에 꼽힐까 말까한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게 지금 이 나라 현실입니다. 그런데 투자도 앞으로 나아진다는 보장이 있어야 독에 밑이 빠져도 계속 물을 붓지, 그게 아니면 점차 힘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발판을 치웠는데 어린아이가 계속 철봉에 매달려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5년 전과 지금의 격차가 이미 잘 증명하고 있지 않나요. 지금 열심히 대작 한글화 잘 해주고 있는 MS가 과연 5년 뒤에도 변함 없을까요?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게이머 소비자, 몇 명이나 됩니까.
일단 조그마한 시장이라도, 만들어는 놓고 봐야 합니다. 지금의 이 변칙적인 상태가 계속되면, 감히 장담합니다만 저 한국닌텐도라도 언젠가 힘이 빠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때 가서야 후회하면 늦습니다. 닌텐도마저 수건 던지는 시장에 뛰어들 게임회사는, 적어도 지구상에는 없으니까 말입니다.
삽시다. 제발 좀 사고 봅시다. 이 나라에도 내놓으면 사주는 소비자층이 존재한다는 걸 좀 증명해 줍시다. 그게 수천 명의 온라인 서명운동보다, '한글화만 해 주면 산다'라는 삭제 버튼 누르면 날아가는 수만 개를 합쳐봤자 머리카락 한 올보다 무거울지 잘 모르겠는 가볍디가벼운 리플보다, (개발사도 아닌) 잡지사에 엽서 접어 보내는 '○○○ 게임 한글화해 주세요'라는 A4 여러 장 분량의 절절한 호소보다 훨씬 더 확실한 투자이자 투표입니다.
몇달 전, 어느 지면에서 그런 문장을 썼었습니다. 게임을 사지도 않으면서 한글화 만발을 염원하는 건 투표 한 번 하지도 않으면서 나라가 살만해지길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