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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ed by Phio, '07.


소니침몰
技術空洞

미야자키 타쿠마 저 / 김경철 옮김 / 북쇼컴퍼니 / 2007. 2. 10 / 247p / 9.800원


어쩌다보니 '게임 앤 북' 컬럼의 공식적인 첫 타를 이걸로 끊기는 했습니다만, 사실 이 책은 표지만 봐도 알 수 있듯 '게임에 관련된 책'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경영 관련 도서 치고 게임에 대한 비중이 대단히 높은 것도 아닙니다(사실 비중이 높다는 책들도 제대로 읽어보면 논점이 북해를 건너고 사하라를 횡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긴 합니다만). 그래서, 별로 사시라는 권유는 못 하겠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평가가 크게 갈릴 책이기도 하고.
다만 이 컬럼에 올려본 이유라면 일단 제가 최근 간만에 돈주고 산 이런 류의 책이고(...), 어찌됐건 (요새 정말이지 건드릴 수 있는 모든 폭탄은 다 기폭시키며 지하로 낙하하시는) 플레이스테이션 3를 낳은 SCE의 모회사인 소니 그룹이 현재 왜 이렇게 바닥에 바닥을 기고 계신지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핵심을 보여주고 있다고 쓰지 않은 것에 유의합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류의 책 ─ ○○침몰이니 ○○위기추락하는 ○○이니 등등 ─ 에 별로 신뢰성을 부여하지 않습니다. 대개 해당 회사를 박차고 나왔거나 떨궈져나온 내부고발자나 나름 그 회사에 조낸 전문가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이른바 저널리스트가 쓰기 십상인 이런 책들은, 그 특성상 심각할 정도의 심리적인 편향(bias)이 끼어 있기가 다반사이며 현재의 난맥상을 빌미로 독자를 선동하기 위한 강렬한 목적성을 띠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강렬한 네거티브 에너지를 독자에게 주입하려는 듯한 필치로 읽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 많고(...), 누구 말마따나 저주의 굿판이 되기 십상인 탓입니다.
그런 책을 무려 돈까지 주고 사서 읽고 싶지는 않거든요. 자료 검색하려고 인터넷 게시판 돌면서 지겹도록 보는 난장판이라 생각만 해도 머리아플 지경인데 말이지요.

그래서, 이 책이 나왔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냥 신경 끄고 있었습니다. 소니가 위기인 거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소니의 위기와 SCE의 위기는 미묘하게 별개의 길이라는 개인적인 판단도 있었고 말이죠.
그런데, 며칠 전에 모 게임 관련 커뮤니티를 돌다가 게시판에서 누군가가 '이 책을 읽고서 쿠타라기 켄 SCE 사장회장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이제야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좀 깨는(...) 리뷰글 아닌 리뷰글이 올라오는 바람에 비로소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워낙 물에 던지면 입만 뜰 것처럼 각종 망언을 제조해내고 온갖 악재를 만들어내주셔서 전 세계적으로 씹히고 계시는(그런데 그 망언이라는 것도, 출처를 따라가고 원문을 캐내면서 잘 살펴보면 사실 엄하게 확대해석됐거나 잘라붙이기 등으로 왜곡되었거나, 심한 경우 언론이나 미디어가 멋대로 망언을 창조해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유명인사가 다 그렇죠 뭐) 분인지라, 그런 아저씨를 다시보게 만드는 요소가 있는 책이라면 한 번 읽어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사서 읽어 봤습니다. 나름 재미는 있더군요. 역시나 만인에게 추천해줄 책은 아니었지만.





'소니침몰'이라는 호들갑스러운(...) 제목의 책이긴 하지만, 실제 원제는 '기술공동(技術空洞)'입니다. 즉 지금의 소니는 과거 일본 전자산업의 경박단소화의 상징이었던 그 '세계의 소니'가 아니라, 과거의 이미지와 성공에 매달려 기술의 원천인 엔지니어들을 홀대하고 출세와 연봉에만 눈먼 관리자들(이를 책에서는 '본사족(族)'이라고 지칭합니다만)이 실권을 잡고 있는 미래가 없는 회사라는 얘기지요. 기술이 공동화되어 있다는 것은 그런 의미.
저자는 1998년[각주:1] 소니에 입사하여 바이오 사업부문에서 기획자로 근무했으며 GIGA POCKET과 Sonicstage의 개발에 관여했고, 2000년을 지나며 잘못된 구조개혁과 그룹 상층부의 대대적인 오판으로 소니 그룹 전체가 기우는 것을 리얼타임으로 겪은(...) 후 결국 2005년 소니를 퇴사해 IT 관련 기업의 경영자가 된 인물입니다.
즉, 전형적인 퇴사한 내부고발자. 뭐, 그런 겁니다. 당연히 어느 정도의 편향은 걸러내며 읽어야겠죠.

책의 본문에서도 나와 있는 얘기이긴 합니다만, 소니의 당초의 창업정신이자 이상향은 공동창립자 중 한 사람이자 소니의 이데올로그라 할 수 있는 고 이부카 마사루(井深 大)가 쓴 유명한 소니 '설립취지서'에 쓰여진 문구인 진지한 기술자들의 능력을 최고조로 발휘시킬 수 있는 자유활달하고 유쾌한 이상공장의 건설(真面目なる技術者の技能を最高度に発揮せしむるべき自由闊達にして愉快なる理想工場の建設)에 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며, 다른 회사가 만든 시장에 편승하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한다는 기치 하에 움직여왔던 소니는, 덕분에 다른 가전회사처럼 안정된 라인업으로 안정되게 사업하는 게 아니라 유명한 10년 주기의 부침 사이클에 따라 어쩌다 나온 한 방의 홈런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며 엄청난 이익을 거둬들이고, 그걸로 10년간 먹고살며(...) 계속 지지부진하다가 다시 한 방의 홈런을 치고......라는 식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일반적으로는 조낸 불안하고 위험도 높은 기업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그게 나름 소니의 컬러인 것도 사실이다보니 다들 그러려니 하는 측면도 있지요.
1979년의 워크맨, 1994년의 플레이스테이션,1997년의 바이오... 등 현재까지도 소니를 지탱하고 있는 유명 브랜드는 대부분 '개발 당시에는 소니의 본업이 아니라며 천시받던' 공통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곱게는 봐주지 않아도 엔지니어가 만들고 싶어하면 내버려두는 소니 특유의 컬러가 홈런으로 발휘되면, 그게 곧 십수년간 그룹을 먹여살리는 버팀목이 되어준다...... 이런 '공급이 수요를 창조하는' 사이클로 소니는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죠.

문제는, 이 홈런 사이클이 2000년 언저리를 기점으로 꽉 막혀버렸다는 데 있습니다. 소니에게는 생존의 문제죠.
저자는 그 이유를 몇 가지로 나눠 분석하고 있는데, 일단 이데이 체제에 전후해 경영개선을 위해 도입했던 컴퍼니 제가 소니의 개발역량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 첫째. 각 사업부문이 독립된 기업처럼 분화되면서 재정과 마케팅 등을 모두 각자의 부담으로 하게 되자 자연히 당장 돈 안 될 것 같은 R&D나 개발팀에 대한 지원이 끊겼고, 덕분에 사원이 취미로 만든 것이 상품화되어 대히트를 치는 식의 이변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이 문제는 2003년 저 유명한 소니 쇼크가 일어나 그룹의 돈줄이 막히면서 더 심화되었죠). 여기에 '본사족'으로 대표되는 관리직 경영진들의 보신주의와, 훌륭한 독재자로서 퇴임했던 전임 오가 노리오 사장에 뒤이어 취임한 이데이 노부유키 사장이 내세운 'Digital Dream Kids'라는 테마로 대표되는 모호한 경영[각주:2]이 덧붙어 지금의 소니가 되어버린 것이죠.
그런 문제점이 결국 2005년 이데이 체제의 퇴진을 불러와 현재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끝에 소니 최초의 외국인 CEO인 하워드 스트링거 경과 츄바치 료지 사장 체제가 되어 있지만, 사장이 카리스마적 존재가 되어 회사를 휘어잡고 솔선수범하여 진두지휘하는 일본기업의 풍토상 스트링거 체제가 여전히 불안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신규 브랜드인 알파와 브라비아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긴 했지만, 예전만큼의 브랜드 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죠.
다만, 이 책에서 저자가 우회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옛날의 유쾌한 이상공장으로 돌아가야만 소니는 재건될 수 있다라는 관점도 개인적으로는 별로 수긍이 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옛날의 그 체제가 경영적 측면에서 보면 불안정하기 이를 데 없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고, 사실상 일렉트로닉스만으로는 더 이상 먹고살 수 없을 정도로 비대해진 현재의 소니 그룹이 옛날처럼 홈런을 바라며 사원의 외도를 허락해줄 만큼 여유로운 상태가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그럭저럭 잘 돌아가던 SCE에게마저도 이런저런 태클을 걸면서 주도권 싸움을 하는 형편이니까 말이죠[각주:3].
결국 소니 그룹이 안고 있는 최대의 과제란, 어떻게 이부카/모리타 시절에서 오가 시절로 이어지는 전 세기의 화려한 성공신화의 그늘에서 무사히 빠져나와 21세기에 통용되는 새로운 소니의 모델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직 그걸 잡지 못했기 때문에 표류하는 것일테고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서 이 책의 저자는 재미있는 관점을 하나 끄집어냅니다. 만약 이데이 체제가 마무리된 시점(즉 사장이 공석이었을 때)에서 소니의 수뇌부가 그룹 사장으로 쿠타라기 켄(당시는 그룹 부사장이었음)을 밀어올렸다면, 소니의 미래는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라고 보는 거죠.
실제로 당시 쿠타라기는 SCE 사장으로서 PS2의 대성공을 이끌어내고 이를 발판으로 일렉트로닉스 부문 부사장에 취임, Cell 개발을 진두지휘하며 브라비아 프로젝트에도 관여했고[각주:4], 가장 유력한 차기 그룹 사장 후보로 사내외에서 거명되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타고난 엔지니어로서 인화단결보다는 좌충우돌 스타일이고 때문에 사내에 질시와 반감이 심했던 그인지라, 결국 경쟁에서 밀리고 때마침 그의 프로젝트였던 PSX가 스고로쿠에 떠밀려 실패하면서 그 인책을 물어 오히려 그룹 부사장에서 끌려내려오지요.
저자는 당시 이데이와 쿠타라기의 발언을 비교하며 '쿠타라기가 소니 스피리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며 그가 차기 소니를 이끌어갈 적임자였다'라고 쓰고 있고, 철저한 소니맨으로서 회사를 이끌어가는 중역의 위치에 오른 몇 안 되는 인물인 그가 결국 소니 사장이 되지 못한 것은 '소니에게 있어 크나큰 실책이고 그게 소니의 한계다'라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공격할 때는 과격하고 저돌적이지만 반대로 정상에서 이를 지키고 수성하는 입장일 때는 정반대로 나약하고 유약해지는 소니의 컬러가, 그룹을 먹여살릴 정도의 대성공을 안겨다준 PS의 쿠타라기를 오히려 그에 비하면 간만의 한 번의 실패에 불과할 뿐인 PSX를 빌미로 끌어내려 버렸다...라는 분석인 셈이지요.
이후 쿠타라기는 PS3를 놓고 그룹과 심각한 불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실상 그룹의 기술적 한계때문에 초래된 문제라 할 수 있는 '블루레이 발광 다이오드 문제'로 PS3 발매 연기를 공식화할 때는 아예 '소니의 제조능력이 저하되었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지금으로서는 그렇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라는 엄청난 폭탄발언을 해버리기도 합니다. 그런 긴장상태는 지금도 여전한 것 같고요.

어쨌든 게임 관계의 책으로서 살 물건은 아니긴 합니다만(...),
게임보다 소니에 흥미가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읽어 나쁠 것 없는 책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평가.
물론, 읽다보면 이게 과연 소니만의 문제일까......라는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




 
  1. 참고로 이 언저리는 소니가 AIBO를 내놓고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 체제가 막 출범하였으며 PS의 거대한 성공으로 PS2가 세간의 화제가 되는 등, 소니가 간만에 활기에 차 있던 시기였습니다. [본문으로]
  2. 오가의 뒤를 이어 지나치게 소프트웨어와 컨텐츠에 집착하고 본업인 가전을 경시하는 전략적 오판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막 주류로 발돋움하던 인터넷을 지나치게 경시해(...) 결국 아이팟의 히트를 멀거니 보고만 있는 등, 사실 현재의 경영진들은 이데이가 벌여놓은 문제점들을 패치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본문으로]
  3. E3 2006 당시 PS3의 가격이 39,800엔이라는 전통을 깨고 전례없는 고가격으로 발표된 데에는 그룹 본사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라는 설이 있습니다. SCE의 뜻이 아니었다는 얘기죠. 그리고 게임기로는 도저히 성립이 안 되는 그 고가격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쿠타라기 사장이, 이후의 TGS 2006에서 본사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1만 엔 이상이나 가격을 내려버리는 폭탄발언으로 일종의 '앙갚음'을 한 거라는... 뭐 그런 설이 있습니다. 루머 레벨입니다만, 그럴싸하죠. [본문으로]
  4. 기존의 주력사업이었던 PDP 베가에서 평판 LCD인 브라비아로 개발을 추진하게 된 계기는 자신이 적극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그 자신이 어느 인터뷰에서 밝힌 바가 있긴 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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