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Images except 'Hakata Ramen' Photographed by Phio, '06.
그제였나... 점심쯤 아는 형님에게서 '저녁에 홍대의 일본라면 먹으러 모일까 하는데 나올 수 있냐'라는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일본라면집이라고 있는 곳이 서울에 그리 많지 않은지라, 홍대쪽이라면 아마도 유명한 '하카타 분코(博多文庫)'겠죠. 사진에도 나와 있는 저기입니다만, 마침 간만에 이대 아지바코라도 갈까(...) 하던 참이었기 때문에 알겠다고 했습니다(아직은 월초라 시간이 좀 남는 탓이기도 헀고).
극동방송 근처에 위치한 하카타 분코는 이제는 포털에서 이름만 쳐도 기행문과 위치가 줄줄이 나올 정도로 맛집급 명소이고, 저녁에 모여서 가 보니 이미 대여섯 명 정도가 줄서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가게입니다만, 존재 자체는 이전부터 알고는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가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주변의 먼저 가봤다는 사람들로부터도 '너무 느끼하고 면발이 가늘더라' 등등으로 비추를 때리는(...) 평이 들려와 좀 꺼려진 탓도 있었고.
사실 먹을 때는 디카를 꺼낼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해서 사진을 찍지 못했기 때문에(...), 비슷한 다른 이미지로 대치. 음.
위에서 숙주나물 정도가 더 들어가 있는 정도로, 전체적으로는 대동소이합니다.
하카타 분코의 라면은, 점포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전형적인 하카타 라멘(博多ラーメン)입니다.
하카타(博多)란 후쿠오카(福岡)를 현지인들이 부르는 이름 중 하나로, 후쿠오카 시의 실제 구(區) 지명이기도 합니다(여기에 관해서는 좀 복잡한 이야기가 있지만 지금은 별 필요없으니 생략). 일본에서 라멘은 일단 중화요리로 분류됩니다만(그래서 '중화면'이라고도 하지요), 거의 일본 토속음식화되어 있어서 일본 각지마다 유명한 라멘이 있고 그 요리풍과 특징도 서로 다릅니다. 삿포로 라멘이라느니 하카타 라멘이라느니 하는 식으로 말이죠.
하카타 라멘은 큐슈 지방을 대표하는 후쿠오카 고유의 라면풍으로, 돈코츠(豚骨; 돼지뼈)를 진하게 우려낸 압도적으로 느끼한 유백색 육수 국물과 가늘고 스트레이트한 면발이 그 특징입니다. 면이 가늘어진 이유는 하카타 사람들의 성급한 기질에 맞추기 위해 면을 금방 삶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는군요.
도쿄 지방의 라면집에서는 주로 '돈코츠 라멘'이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기는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쇼유니 미소니 하는 도쿄식 일본 라멘과는 좀 다른 스타일인데다 한국인에게는 꽤나 느끼한 맛이기 때문에, 어지간히 일본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다소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스타일. 물론 저는 잘 먹습니다만(...).
뭐, 그래도 하카타 라멘은 일본의 3대 라면 중 하나로 불릴 만큼 유명한 브랜드이기 때문에(나머지 둘은 홋카이도 지방의 삿포로 라멘, 후쿠시마 지방의 키타카타 라멘) 일본에 가실 기회가 있는 분이라면 한 번 먹어볼 만합니다.
...트리비아성 얘기는 여기서 접고(...),
여튼, 하카타 분코의 라면은 하카타식 돈코츠 라멘입니다(...). 점내에서는 인(印) 라면과 청(淸) 라면이라는 두 가지 형태로 팔고 있는데(둘 다 6천원), 인 쪽이 오리지널 돈코츠 라멘에 가깝고 청 쪽은 (그쪽 표현에 의하면 한국인에 맞게) 국물의 느끼함을 좀 줄인 버전이라고 합니다. 저는 물론 인 쪽을 시켰고.
먹어본 바로는... 먹을 만합니다. 일부러 찾아와서 먹을 만은 하다는 느낌이었군요.
전형적인 도쿄 라면집 맛이지만 아직은 신장개업이다보니 여러 모로 어설픈 감이 있었던 아지바코 쪽에 비해, 이쪽은 차슈 토핑도 두툼하고 면도 국물도 안정된 하카타 라멘 맛이라 나름대로 마음에 들었달까. 무엇보다 제법 적지 않은 양의 추가 라면사리가 놀랍게도 500원(!)이라는 압도적으로 싼 가격이라는 것이 포인트. 돈만 약간 더 내면 매우 배부르게 먹을 수 있습니다. 음.
...다만, 음식맛과는 좀 다른 점에서 아쉬운 게 몇 가지 있었다는.
위치가 대단히 거식해서 일부러 찾아가기가 꽤 애매하다는 것과 나름 유명한 맛집이라 줄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일본 기분 내기 위해서 갈때올때 인사나 주문하면 전원 복명복창(...)하는 건 좋은데 다들 한국인인 듯 그 뉘앙스가 현지의 그것과 비교할 때 미묘하게 거슬린다는 것(...) 정도. 복명복창과 인사만큼은 아지바코의 승리랄까. 음.
일본 현지 라면집 특유의 기믹 중 하나인, 그릇 들고 국물 깨끗이 비우면 그릇바닥에 '감사합니다(ありがとう)' 글자가 보이는(...) 등의 서비스도 재현하고 있는 것은 약간 감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