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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G-MIN






Photographed by Phio, '05.

대략 두달쯤 전에 아마존 저팬에서 주문했던 외서 몇 권이 이제서야 도착(...). 뭐 당장 필요했던 책은 아니지만, 주문한 걸 거의 잊어먹은 시점에서 도착하니 기분이 묘하군요. 음.

사진의 책은 일본의 유명 AV 컬럼니스트 아사쿠라 레이지(麻倉怜士)의 다큐멘터리 북, [쿠타라기 켄의 플레이스테이션 혁명]입니다. 10년 앞은 이렇게 읽어라!라는 흉부압박적인 캐치카피가 인상적.
사실 이 책은 지난 98년 10월 첫 출간된 [소니의 혁명아들(ソニーの革命兒たち)]을 저자가 개정 보완하여 2003년 12월 재출간한 책입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번역이 되어 나와 있지요. [소니를 지배한 혁명가]라는 제목으로 말입니다.
책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쿠타라기 켄을 비롯한 SCE라는 (소니 내의) 이단아 집단이, 숱한 투쟁과 전복을 거듭하여 플레이스테이션을 통해 세계를 석권하고 소니의 중핵이 되는 과정 되겠습니다. 이 과정에 대한 묘사가 무척 흥미진진하면서도 극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PS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시작지점이 된 93년의 비밀 경영회의에서, 쿠타라기의 집요한 도발에 결국 불이 붙은 오가 노리오 당시 사장이 책상을 내리치며 "DO IT!"이라고 외치는 장면은 그 절정), PS 초창기의 풍경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나 게임계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승리자의 뒤안길을 서술한 전기물인 탓에 극적인 각색도 적지 않고 쿠타라기라는 인물이 거의 주인공급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감도 없지 않습니다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합니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입 가볍고 허튼소리 잘하는 망상가로나 폄하되는 측면이 강한 '플레이스테이션의 아버지' 쿠타라기 켄이, 사실은 대단히 치밀하고 계산적이면서도 동시에 야심적이고 공상적인... 한 마디로 비즈니스맨과 엔지니어의 양면성을 동시에 가진 대단히 독특한 캐릭터의 천재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국내에 번역 소개된 책은 초판의 번역인데다, 북미판 번역본인 [Revolutionaries at Sony]를 다시 중역한(...) 버전이라 의외로 자잘한 오역이 많고 번역이 모호하거나 빗나간 부분도 보여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책 자체는 매우 좋아해서 여러 번 읽었고 소장도 하고 있으며 이전에 제가 쓴 몇몇 특집기사에서도 참고문헌으로 요긴하게 쓰기도 했습니다만. 여튼 그것도 이 책을 일부러 원서로 구입하게 한 동기 중 하나.

책 자체의 내용은 초판과 대동소이. 다만 추가되거나 보충된 부분 중에 재미있는 구석이 꽤 많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제일 의외의 수확이었던 부분은, 이 책의 부분부분에 삽입된 자료사진 중 놀랍게도 닌텐도와 합작하여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시절에 제작된 플레이스테이션 프로토타입의 모크업 사진이 들어있다는 점. 즉 닌텐도 측에서 개발했다고 알려져있는 CD-ROM 어댑터의 모크업이 아닌, 슈퍼패미컴과 CD-ROM 드라이브가 일체화되어 있는 복합기의 프로토타입 사진인 것입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거의 공개된 적이 없던 귀중한 사진(...소니 입장에서는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사진이었겠지만)이라 그 가치는 높습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묘하게 초기 PC엔진 본체를 닮았더군요. :>

그 외에, 2003년에 저자인 아사쿠라가 직접 도쿄 아오야마의 SCE 본사에서 쿠타라기와 대면하여 채록한 권말 인터뷰도 놓칠 수 없는 추가내용. 표지에도 찍혀 있습니다만, 이 책이 나올 당시는 소니가 DVD+하드디스크 레코더와 PS2의 기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가전 'PSX'를 발표하여 세간의 주목을 모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대담은 주로 PSX의 의도와 비전, 향후의 전망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에 와서 보면 이미 망한 기기 비슷하게 치부되고 있는 PSX인지라 인터뷰에서 보이는 쿠타라기의 포부와 호언장담의 빛이 많이 바래어 있지만(...), 그걸 감안하고 보더라도 쿠타라기가 내세우는 요점과 주장은 상당 부분 타당성이 있습니다. 왜 AV가전은 디지털이 되었는데 인터페이스는 여전히 90년대 아날로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종래의 가전 일렉트로닉스나 컴퓨터의 관점에서 제작한 디지털 가전이 아닌, 우리들(SCE)이 가진 게임기의 접근방식을 결합한 새로운 디지털 가전이 어떤 혁신을 가져다줄 것인가. 첨단의 HDD 레코더와 PS2의 DNA인 이모션 엔진과 그래픽 신시사이저가 결합했을 때 어떠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인가 등등. 비록 PSX는 예상만큼의 호응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의 이런 도발적인 문제제기는 나름대로 강력한 설득력을 가집니다. 어쩌면 PSX가 가능성을 일찍 꺾인 이유는 너무 일찍 나와서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 정도로.
인터뷰의 후반부는 차세대 플레이스테이션에 대한 구상과, 쿠타라기의 새로운 도전인 Cell에 대한 이야기가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쿠타라기가 펼치는 포부는, 그가 과거 PS2 초기 시절부터 줄기차게 역설해 온 미래의 구상도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저작권(...)만 아니라면 번역해서 소개해 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이 인터뷰만으로도 책값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

PS에서 PS2를 지나 PSP와 PS3로.
얼핏 쿠타라기는 무모하게 성능만 치달아 올려 무책임하게 앞뒤 안가리고 내놓는 엔지니어로 보이기 십상이지만, 지금까지의 PS 패밀리의 발전 궤적을 유심히 지켜보다보면 사실 PS 패밀리는 어떠한 하나의 목적을 향해 한발 한발 치밀하게 진보해 가는, 어떻게 보면 무서우리만치 철저하게 일관된 목표 하에 개발되고 있는 시리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증거가, 책 내에서 언급되는 쿠타라기의 89년 11월의 PS 프로젝트 연례보고서 내용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의 포지셔닝은 장래의 디지털 도메인으로서, 가정에서 컴퓨터를 대체하는 포석이다. 닌텐도와 공동으로, 90년대 전반에 가정용 컴퓨터의 인프라를 구축한다. 그럼으로써 소니의 AV와 유효하게 링크시킨다. 단방향의 AV 재생이 아닌, 시스템으로서의 전개를 목표로 한다. 그 전술로서, 제 1단계로는 닌텐도의 게임을 중심으로 컴퓨터를 보급시킨다. 제 2단계로서, 현재 시장에 대량으로 보급되어 있는 CD 플레이어, LD 플레이어 등과의 융합을 꾀한다. 그에 더해, 서드파티의 전개를 행하여 광디스크를 기반으로 한 출판, 교육을 끌어들임으로써 미디어 제패를 노린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에 만들어진 보고서임을 염두에 두시길. 이미 닌텐도와 합작해 기기를 만들던 당시부터, 쿠타라기와 PS 프로젝트의 목표는 일찌감치 가정용 엔터테인먼트의 중핵모든 미디어를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시스템 하에 통합이라는 지점에 맞춰져 있었던 겁니다. 그에게 있어 '플레이스테이션'의 종착점이자 완성형은 결국 게임기라는 하드웨어가 아닌, 시스템 그 자체이자 하나의 생태계인 겁니다. 그런만큼, 그에게 PS나 PS2, PS3 등의 하드웨어가 계속 출시된다는 건 결국 플레이스테이션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라는 의미에 지나지 않는 거지요.
그의 목표가 그것인 만큼, 그는 가능하다면 PS4같은 건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사실 그런 바람은 과거 PS2가 발매된 이후 모 인터뷰에서 'PS3라는 건 없을 겁니다'라고 발언했던 데에서 잘 드러납니다). PS가 그 자체로 하나의 시스템이 되어, 스스로 발전하고 확대되어 나가는 것. 하드웨어라는 갇힌 족쇄를 벗어나, 네트워크의 광대한 공간에서 진화해나가는 것. PS3의 CPU가 '네트워크의 컴퓨터화'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신개념의 프로세서인 Cell이라는 것도, 결국은 쿠타라기에게는 필연인 것이지요.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합니다만, 저는 쿠타라기의 야망이 꺾이지 않고 계속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비디오 게임계 역사에 딱 한 명 나올까 말까한 이 걸출한 이단아의 상상의 한계가 과연 어디까지인지 한 번 지그시 관찰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가 이루려는 플레이스테이션의 궁극이 어디인지, 어디까지 뻗쳐올라야 그가 비로소 다 이루었다라며 빙긋이 웃는 때가 올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자신이 목표로 한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쏟아부으며, 소니라는 대기업의 방대한 기술과 자원조차도 플레이스테이션의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거리낌없이 이용할 정도의 이 대담한 사내의 상상의 끝이 어디인지, 그걸 보기 위해서라도 PS3는 성공했으면 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습니다만. :>


...같이 도착한 책이 한 권 더 있는데, 이건 조만간 공개하도록 하죠. 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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