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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드디어 화제(?)의 [D-WAR]를 봤습니다.
원래 괴수영화든 재난영화든 심 감독의 영화든 그쪽과는 거의 코드가 닿지 않는 타입이라서 이 영화도 별 생각없이 패스할 뻔했는데, 친구에게서 연락이 와서 공동관람(...)하자는 얘기에 마침 시간도 아직 있고 하니 그러지 뭐, 했던 게 그 시작. 누가 뭘 제안해오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은 그냥 같이 해주는 개인적인 성향도 있고 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는 그야말로 까와 빠의 세상을 건 건곤일척의 대격돌([D-WAR]적으로 얘기하면 이무기와 부라퀴의 대격돌이려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장소와 게시판을 막론하고 뜨거운 덧글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요즘인데, 저도 계속 그런 건 보고 있었습니다만 정작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나 할까요. 말하자면 기대도 안 했고 폄하할 생각도 없는 딱 그 단계.
그래서 영화를 보기 전의 제 관심사는 이 영화가 과연 8천원짜리 팝콘 무비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줄 것인가, 딱 그뿐이었습니다. 어차피 심각한 사회적 문제나 거대담론을 넣어줄 감독도 아니고 기대할 관객도 아닌 만큼, 거기까지만 수행해 주면 이 영화는 적어도 제게는 돈값한 셈인 거죠.


그래서, 과연 이 영화가 그에 부합해 줬는지......
이 포스팅은 딱 거기에 한정해서 써볼까 합니다. 즉, 각잡고 쓰는 영화평론이나 감상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럴 능력도 없고 안목도 관심도 없는 게 사실이기도 하고.

/* 이하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미 스포일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이긴 하지만. */





글쎄요, 영화만 가지고 얘기하자면, 개인적으로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평한 대로, 이 영화가 발하는 최대의 미덕은 역시 한국에서 만들어진 영화 역사상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영역을 개척하고 첫 발자국을 찍었다는 데 있겠습니다. 거대 괴수물은 세계적으로 적지 않은 팬층이 있고 블록버스터로서의 과시성과 화제성도 두루 갖춘 대형 장르인데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계는 기술과 노하우, '충무로'로 상징되는 익숙한 것으로의 답습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헐리우드나 일본 쯤 되어야 만들 수 있는 장르(그나마 일본 쪽 괴수물은 국내에 거의 수입되지 않지만)라는 고정관념에 박혀 시도조차 거의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많이들 비교하는 [괴물]은 이런 관점에서 보면 좀 많이 케이스가 다르고, 그동안 수년간 한국 극장가에 내걸려 왔던 이른바 한국형 블록버스터(사실 이 '한국형'이라는 수식어부터가 묘하게 웃기긴 합니다만)들은 거의 예외없이 비싼 스타와 대규모 군중 신, 화려한 세트와 펑펑 터지는 폭발계 액션, 약간의 사회적 메시지와 찐득한 개그/멜로 등의 비슷비슷한 코드로 승부를 걸어왔었으니까요.
적어도 한국영화로서는, 사실상 최초의 시도인 셈입니다. 그 점은 기꺼이 기립박수를 쳐 줘야죠.
개인적으로는, 어쩌면 이 영화는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시도되는 서구식 블록버스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까요.

인형옷 뒤집어쓰고 연기하는 슈트 액션부터 미니어처, SFX를 거쳐 CG까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특촬 스튜디오로서의 정도를 밟아온 영구아트인 만큼, 그 수많은 실패를 딛고 쌓아온 노하우가 기어이 [D-WAR]에서 화려하게 작렬하고 말았다면 좀 지나친 수식일려나요.
CG라는 좁은 관점에서 봐도 이게 정말 한국에서 만들어진 영상 맞나 싶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거야(특히 LA 아작나는 신과 두 이무기가 여자 하나 놓고 싸우는 신)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긴 합니다만, 사실 CG 장면의 완성도 그 자체보다는 그 CG를 통해 구축해낸 액션의 플로우와 완성도가 정말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느닷없이 꽝 하고 나타나고, 도망치는 주인공들을 시가지를 아작내면서 죽어라 쫓아오고, 거대 빌딩 옥상을 휘감아올라 난동을 부리고...... 이 장면이 어떻고 저떻고 어디가 사실적이고 논리에 맞고를 머릿속에서 계산할 여유조차 주지 않고 계속 터지는 액션으로 관객의 시선을 휘어잡아 버리는, 이제까지 우리가 헐리우드 인기 블록버스터에서 지겨울 정도로 겪어 왔던 그 플로우를 [D-WAR]가 충실히 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는 게 중요합니다. 이게 말이 쉽지 절대 쉽지 않은 과제라, 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 중에도 이거에 실패해 평점 별 반개 맞고 바로 개봉관에서 내려와 버리는 영화들이 매년마다 쏟아지거든요. 이 노하우를 잘 소화해내고 계속 끌고가기만 하면, 두세 세대가 지나고 나서는 한국 블록버스터도 꽤 볼만해지겠다는 기대감이 들 수도 있겠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액션의 동선이 매우 훌륭하다'라는 PIG-MIN 운영자님의 리뷰에는 저도 공감.

...아, 물론 역시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드라마가 매우 애매하다는 것도 사실. 실제 부라퀴가 도시를 아작내는 대형 액션은 사전에 드라마가 어느 정도 깔려주고 난 중반 이후에 등장하는데, 거기까지 가는 과정의 드라마가 매우 미묘한 건 [D-WAR]의 약점입니다. 뭔가 하고 싶은 얘기와 깔린 설정이 어마무지한 것같긴 한데, 많이들 알려졌듯 극장 개봉타임에 맞추느라 이것저것 잘라먹어서 그런지 편집을 맡은 스탭이 좀 애매하게 일해서였는지는 몰라도, 개별적인 장면 장면은 나쁘지 않은데 이를 연결하는 곳곳의 연결고리가 매우 부실한 편.
사실 적지 않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 중에서도 이런 연결고리 잘 잇는 영화는 어지간히 칭송받는 수작 아닌 한 찾기 드물긴 한데(이쪽 평론가들의 단골 메뉴 중 하나가 '스토리가 엉성하다'일 정도니까), 요는 그 부실한 연결고리를 편집 단계에서 얼마나 (관객들이 눈치채기 어렵도록) 잘 감추고 포장하느냐가 또 노하우거든요. 그런 점에서, [D-WAR]는 크게 진보했지만 또 여전히 나름대로의 과제를 안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어쨌든 이런 영화의 최대의 감상포인트는 역시 거대 괴수와 화끈한 액션이기 마련인지라,
그 대명제에 [D-WAR]는 여러 가지 악조건과 한계 하에서도 훌륭하게 나름대로의 결과물을 제시했다는 것이 개인적인 총평입니다. 만들어 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절반의 성공인 셈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일단 영화 자체로는 관람료가 아깝지 않은 좋은 팝콘 무비였다...라는 것이 개인적인 평입니다. 적어도 '헐리우드만 이런 거 할 수 있는 게 아니다'와, '헐리우드 코드에 한국인들만이 발안해낼 수 있는 요소를 집어넣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증명해낸 일은 큰 성과라고 할 수 있겠지요.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이무기 신화를 초반 프롤로그부에서 비주얼을 곁들여 잘 요약해낸 것과, 이무기가 여의주를 물고 용이 되는 장면에서 이제까지 실컷 봐왔던 서양의 목길고 뚱뚱한 드래곤이 아닌 길쭉하고 얄팍하며 수염과 뿔이 난 동양의 용이 CG로 보였다는 것은 나름 감회가 새로왔습니다.



















칭찬은 여기까지.




...사실 대망(?)의 엔딩이 끝나고 'Directed by Shim Hyung-Rae'가 찍힐 때까지만 해도, 그때까지의 [D-WAR]는 제게 있어 꽤 별점이 높게 붙어있었습니다. 대략 별 세 개 반 정도려나. '한국의 실정에서 이게 어디냐'라는 필터를 붙인다면 반 개 정도는 더 붙여줄 용의도 있었으니까 말이죠.

문제는 그 직후에 올라간, 심(沈)의 전쟁이라 이름붙여도 될 법한 자전 다큐멘터리 고백수기 장면.


솔직이 그걸 다 봤을 때쯤, 적어도 제게서 [D-WAR]의 평가는 반 이상 깎여버렸습니다.
물론 영화를 보기 전에 '한국판에만 있는 에필로그를 추가했습니다'라거나 '심 사장의 한마디를 넣었으면 좋겠다는 배급사 측의 요청이 있어......' 운운하는 보도를 봤을 때까지만 해도 뭐 그 정도로 고생했을테니 한 마디 정도는 하고 싶겠지...라고 웃어넘기긴 했었는데,
이건 그 수준을 한참 뛰어넘지 않았나 싶었을 정도. 왜 내가 이걸 보고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연한 말이겠지만, 심 감독 스스로도 영화로만 온전히 평가해 줬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입이 닳도록 했었고 저 역시 블록버스터이자 팝콘 무비라는 기본적인 전제조건 하에서 순수하게 감상했습니다. 앞서도 썼지만, 이런 영화에서 거대담론이나 사회적 주제를 찾는 것 자체가 핀트 한참 벗어난 것이고, 영화가 제시하는 기본적인 셀링 포인트에 맞춰 보고 그 만족감을 얻는 데 성공하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 모든 전제조건을 엔딩 스탭롤이 올라가기도 전에 한 방에 밥상 뒤집기로 뒤집어엎은, 그야말로 대반전이자 제가 영화 보기 시작한 이래로 겪은 최대 규모의 사족이 바로 그 고백수기였던 겁니다.

그 고백수기의 존재 하나로 인해 [D-WAR]는, 적어도 제게 있어서는 나름 볼만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수작 영화에서 급격히 심형래 감독의 6년간의 피와 땀과 눈물이 어린 결정체이자 세계시장을 향한 전략적 액션 블록버스터 무기로 위상이 급전직하해 버렸습니다.
문제는, 전 액션 영화를 보러 온 거였지 한 인간의 불굴의 투혼과 신념이 창조해낸 인간승리의 표본 같은 걸 관람하러 돈내고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게 아니었거든요. 만약 정말 심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든 의도가 전자가 아닌 후자였다고 하면, 전 친구가 이 영화를 보자고 연락했을 때 기분 나쁘지 않도록 조심하며 슬쩍 거절했을 겁니다. TV 다큐멘터리로 방안에서 에어콘 쐬며 봐도 충분한 남의 성공 이야기를 내돈 내고 극장 가서 봐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으니까 말이죠. 냉정한 말 같습니다만, 제게는 그렇습니다.

저도 미약하나마 뭔가를 만들어내 남에게 내밀고 파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저렇게까지 이 고생을 좀 알아주고 세계 시장으로 나가겠다는데 박수 좀 쳐달라고 영화 막판에까지 자막으로 집어넣는 데 대한 심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합니다. 혹은 감독 본인이 고사했는데 영화를 애국심 마케팅에 업기 위해 배급사나 기타 윗선이 강하게 요청하여 어쩔 수 없이 넣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솔직이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일단 제 눈에 그 고백수기가 보인 시점에서 [D-WAR]는 이미 순수한 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아마 세계 영화사에서도 극히 흔치 않은 사례가 될 겁니다(국내 한정이고 어쩌고는 이미 논외). 도대체 이렇게까지 엎드려 절받기를 해야 하는 상황인건가라는 의구심이, 정말 진심으로 들었습니다.



여전히 그 의기와 노력과 열정에 박수는 보냅니다만,
한 명의 관객으로서 제가 줄 수 있는 찬사는 딱 거기까지입니다. 애석하게도.
영화를 보러 갔지, 인간극장을 보러 간 게 아니거든요. 오로지 그것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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