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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마감전선에 돌입하기 시작한지라, 점점 퇴근시간이 늘어지고 있습니다. 하루에 끝내야 할 일거리도 늘어나고. 뭐, 매달마다 반복되는 일상이긴 합니다만. 덕분에 포스팅도 이즈음쯤 되면 크게 줄지요.

오늘은, 이달부터 간만에 다시 맡은 소프트 발매리스트 지면의 제조를 위해 이리저리 웹서핑과 문서작성으로 보낸 하루였습니다.
국내도 국내지만, 일본쪽 소프트의 경우 워낙 지역 토착적인 스타일의 게임들이 작금에 많이 나오셔서(특히 미소녀 계열) 타이틀 제목의 번역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장미나무에 장미꽃 피다(薔薇ノ木ニ薔薇ノ花咲ク)]같은 건 거의 초보급이고(...), [라무네[각주:1] ~유리병에 비친 바다~(ラムネ ~ガラスびんに映る海~)]라던지, [안방마님 일대기(大奥記)]라던지, [타마유라(魂響)]라던지......
말하자면, 봉산탈춤을 일어로 번역하라는 주문을 들었을 때의 일본인의 기분이 어떨지를 역으로 생각해볼 기회라고나 할까(...). 음.

여튼, 그런 가운데......
모 PS2 게임의 원어명을 알기 위해서 추적 서핑하던 과정에서, 그 게임의 원작인 동명의 동인 게임의 홈페이지까지 닿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홈페이지의 대문에 이르자마자 나타난 구석의 낯익은 문장 하나.



※ 어딘지 굳이 알려야 할 필요는 없을테니, 이름은 슬쩍 모자이크.


일본 홈페이지입니다. 그것도 대단히 로컬한, 동인 서클의 게임 안내 홈페이지.

그런, 한국과는 아마도 거의 인연이 없을 홈페이지에서 저렇게 쓰여진 한글 문장을 봤을 때, 기분이 순간적으로 매우 거시기해졌습니다.
그들을 향해서가 아니라, 그들 나름의 룰을 지켜주지 못하고 지킬 생각조차 하지 않는 우리들 자신에 대해서.

사실, 저기만 그런 건 아니고 웬만큼 알려졌다는 동인 서클이나 좀 이쁜 그림으로 유명한 게임 제작사 사이트를 돌다 보면, '그림 함부로 퍼가지 말라'로 요약되는 한글 메시지를 종종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경고문을 볼 때마다 머릿속에 확 퍼지는 건, 낯설고 말선 외국을 여행하다가 횡단보도 근처에서 무단 횡단 금지라고 쓰여진 한글 간판을 봤을 때 느끼는 그 개쪽팔림과 황당함. 말하자면 그런 기분.



특정한 주제로 웹서핑을 하다보면 종종 국내외를 막론하고 팬페이지같은 곁가지로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일반적으로 국내의 팬페이지와 국외의 팬페이지는 한눈에도 곧바로 알 수 있는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국외의 팬페이지는 적지 않은 경우 이미지를 최대한 아낀다는 겁니다. 대부분 텍스트자작 이미지 등으로 내용을 채우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무단 스캔이나 펌질 역시 최대한 자제하며, 가끔 스캔이 보이더라도 극단적으로 디스케일링하여 해상도를 낮추거나 원작자의 저작권 표시를 꼬박꼬박 박아주는 등 만반의 배려를 해놓습니다. 그러다보니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곳이 많고, 텍스트의 비중이 높아지게 되지요.

당연한 것이겠지만, 소설가에게는 텍스트가, 만화가나 일러스트레이터에게는 그림이, 뮤지션에게는 음악이 곧 재산이고 모든 것입니다. 그런 그들의 산물을 즐기는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소유권을 존중해 주고 함부로 대하지 않으며 최대한의 예우를 해 주는 것이 당연한 도리일 것입니다. 더더군다나 팬이라면 특히 더.
역으로 돌려치자면, 이 나라에는 그런 남의 것을 남의 것으로서 대접해 주는 일반적인 인식이 해외에 비해 너무나도 빈약합니다. 특히 자료의 복제나 유통이 훨씬 손쉬운 온라인에서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타인의 노력을 가져다 쓰는 데 거리낌이 없는 건 둘째치고라도, 무단링크통째로 퍼오기, 이른바 공유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돌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습니다(심지어는 그 행위가 나름 적지 않은 수고를 동반한다 하더라도).
그러니까 블로그 전체가 무단펌글로만 이루어진 황당한 개념의 블로그(...라고 해야 하나)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며 여기저기서 돌아가고 있고, 지금 이 시간에도 칭찬덧글을 기다리며 세계 곳곳에서 자료를 긁어다 올려주는 업로더들이 여기저기서 보이는 것이겠지요.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나름 노력한 댓가를 상징적으로라도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능인지라,
MP3를 떠서 돌려도 ID3 태그의 어딘가에는 자기 카페 주소나 이메일 주소를 꼬박꼬박 박아넣기 마련이고, 1화물 동영상 자막에는 서두에 번역자 아이디가 등장하며 무단으로 고치지 말아주세요라는 부탁이 뜨곤 하며(...), 만화책 스캔 번역본에는 꼬박꼬박 번역자의 워터마크 이미지를 박아넣는 등의 촌극이 벌어지는 겁니다.
남의 노력은 내 알바 아니고 내 노력은 어떻게 해서든 존중받아보고야 말겠다면, 그거야말로 어딘가 단단히 형평성에서 어긋난 얘기가 아닐 수 없겠지요.



개인적인 얘기로 돌아가자면,
저 역시 나름 글로 돈 벌어먹고 사는 한 명의 창작자이기도 한 탓에, 내가 만든 알량한 창조물이지만 그걸 남이 자기 것인양 내보일 때의 그 불쾌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알기 때문에, 역으로 남의 창조물을 대할 때에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대하고 예의를 갖춰 주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편이고요.
그런 나름대로의 원칙을 지키며 살려고 노력하는 일환으로서, 가능한 한 이 블로그는 제가 직접 찍은 이미지만으로 나름 미니멀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스크린샷이나 다른 타인의 결과물을 끌어다 써야 할 때에는 반드시 꼬박꼬박 카피라이트를 달아주는 식으로 제 나름의 예우를 갖추고 있으며, 그나마도 그 양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기본적으로 그렇게 인용하는 것은 남의 것이지, 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니까요.
가진 것이 알량한 글재주 정도라서 그림은 영 못 그리는지라, 그림보다는 역시 글이 많아지긴 합니다. 그래도, 남의 그림은 퍼오고 싶지도 않고 웬만해서는 옮기지도 않습니다. 앞서의 원칙 이전에 제 자신이 꺼림칙해지고, 나름 창작자로서의 자존심이란 것도 있으니까.

세상에 떠도는 수많은 자료들이
결국은 대부분 남의 것일 수밖에 없다는 단순한 사실에 눈뜨게 되면,
그때문에라도 결국은 자신의 것을 조금이라도 늘려나가지 않으면 안되게 됩니다.
사실 판권을 단다거나 가능한 한 남의 것의 비중을 줄인다거나 하는 것도 결국은 남의 것을 정당한 대가 없이 쓴다는 것 자체가 영 꺼림칙하고 마음에 걸리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에 불과한 건데(개인적으론 말이죠),
그런 게 전혀 마음에 한 점 거리낌이 없는 사람도 세상엔 참 많은 것 같더군요. 제가 비정상인 건지, 아니면 알량한 것 하나라도 창조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서인 건지. 흠.


 
  1. 일본에서만 판매하는, 레몬향과 라임향이 섞인 청량음료. 메이지 개국기에 영국에서 전래된 레모네이드가 와전된 것이 이름의 유래로, 투명한 탄산음료 특유의 청량감과 함께 독특한 모양의 병 입구에 유리구슬('라무네다마'라 합니다)이 꽉 막혀 가스가 새어나가지 않는 형태를 취합니다. 마실 때는 이 구슬을 밀어넣어 빠뜨려 개봉하는데, 이때 가스가 차오르는 기분이 일품. 병 안에서 구슬 구르는 소리도 나름대로의 맛을 더해줍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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